'세계 유일' 외치는 현대차 엔진밸브 제어 기술은?

2019. 7. 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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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다"
 -효율과 성능은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이고
 -앳킨슨, 밀러, 오토 사이클을 모두 구현
  
 현대기아자동차가 130년 자동차 엔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엔진 밸브 기술 'CVVL(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을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 해당 기술을 통해 그 동안 상충 관계에 있었던 엔진의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개선하고 배출가스까지 줄일 수 있어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따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전동화 흐름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CVVD 기술을 통해 내연기관 엔진의 가장 확실한 출구전략을 보유하게 됐다고 자부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밸브, 엔진의 효율과 성능에 영향 미치는 중요 요소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엔진은 '흡입-압축-팽창-배기'를 반복하며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동력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 중 열에너지의 효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밸브다. 밸브가 최적의 타이밍에서 열리고 닫혀야만 최고 효율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밸브는 또한 엔진의 힘을 결정하는 중요 인자다. 연소를 위해서는 공기의 양이 매우 중요한데, 그 공기가 바로 밸브를 통해서만 들어오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 밸브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1885년부터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밸브는 기술로써 제어 가능한 인자가 아니었다. 1992년에 이르러서야 포르쉐가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CVVT) 기술인 '배리오캠(Vario Cam)' 개발에 성공, 엔진 기술에 전환기를 맞게 된다. 이후 2001년 밸브의 열고닫힘을 조절해 실린더 내 공기의 양을 제어하는 연속 가변 밸브 리프트(CVVL) 기술이 등장한다. 해당 기술은 BMW뿐 아니라 토요타, 현대기아차가 현재까지 적용 중이다. 
 

 ▲CVVT와 CVVL, 성능과 효율 사이에서의 타협
 CVVT는 밸브가 열리는 시점을 결정하는 반면 CVVL은 밸브가 열리는 정도(리프트) 즉, 얼마만큼의 크기로 밸브를 열 것인지를 결정한다. CVVT와 CVVL 모두 주행 상황에 따라 밸브 열림 타이밍이나 열림량을 조절해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높여왔지만 한계점이 분명했다. 성능과 효율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적정 수준에서 타협해야 했기 때문이다. 

 밸브를 최적의 타이밍에서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다면 성능과 효율, 친환경성 모두를 충족할 수 있지만 CVVT, CVVL 등의 기존 가변 밸브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밸브를 여는 타이밍이나 크기는 조절할 수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만큼 열고 있을지는 제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앞서 1990년 전기장치를 통해 밸브를 제어하겠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에 그쳤다. 밸브는 엔진 작동 중 단 한번이라도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엔진 파손으로 연결된다. 또 엔진 전체 수명 동안 1억회 이상 작동하는 밸브의 신뢰성 확보가 현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장애 요소였다. 무엇보다 밸브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많은 전력이 엔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엔진 효율에 있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아이디어였다. 결국 전기장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어 이를 통한 가변밸브기술 개발은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현대기아차는 9년 전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다'는 기본 개념을 목표로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엔진의 상태에 따라 최적으로 가변하는 기술 개발에 돌입한다. 200명의 연구원이 투입, 전기장치 없이 기계적으로 밸브가 가변하는 메카니즘을 완성하게 된다. 기존 밸브 리프트는 동일하며 밸브가 열리는 기간, 즉 듀레이션이 가변되는 방식이 바로 CVVD다.

 ▲기존 엔진사이클의 단점을 모두 커버
 기존 엔진들은 효율 우선인 앳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절충형인 오토 사이클 등 중 하나의 엔진 사이클을 채용하며 그에 따른 고정된 밸브 열림 시간(밸브 듀레이션)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CVVD 기술은 주행 조건 별 밸브 듀레이션을 길거나 짧게 제어해 앳킨슨, 밀러, 오토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 엔진 출력이 적게 필요한 정속 주행 시 흡기밸브를 압축 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둬 압축 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키고 압축비도 낮춰 효율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가속 주행 시 흡기 밸브를 압축 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극대화해 엔진의 토크를 높여 가속성능이 향상된다.

CVVD 어셈블리
  
 보통 하이브리드차 등은 앳킨슨 사이클을, 터보엔진은 밀러 사이클을 채용하며 이 둘의 절충안으로 오토 사이클을 적용한다. 어떤 사이클을 선택하더라도 그에 따른 밸브 듀레이션이 고정되지만 CVVD는 밸브 듀레이션을 자유롭게 가변함으로써 세 개의 사이클을 한번에 모두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효율 운전과 성능 운전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배출가스 저감까지 일석 삼조

 기존 가솔린 엔진은 삼원 촉매를 통해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 물질을 질소와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으로 바꾼다. 단, 시동을 걸기 전에는 촉매의 정화 효율이 낮아 유해 물질이 일부 걸러지지 않고 방출되지만 CVVD를 사용하면 최적의 밸브 구동을 통해 삼원 촉매를 조기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여기에 촉매 활성화 이전에 엔진 배출가스 자체도 저감될 수 있어 이전 대비 12%에 이르는 배출가스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스트림 G1.6ℓT-GDi

 한편, CVVD는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파워트레인인 스마트스트림 G1.6ℓ T-GDi 엔진에 적용됐으며 이 엔진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쏘나타 터보에 최초 탑재한다. 이후 스포티지, 투싼 등 준중형 SUV에도 확대 적용 예정이다. 향후 회사는 CVVD 기술이 탑재된 중~고배기량 엔진도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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