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는 CATL뿐"..中빗장에도 투자 늘리는 韓배터리

송상현 기자 입력 2019. 6.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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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1년새 대규모 투자..보조금 폐지 2021년 노려
CATL 외엔 기술력 낮아..中도 韓배터리 필요성 커
© 뉴스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중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업체들과 경쟁할만한 회사는 CATL뿐이다. BYD가 맹추격하고 있지만 그렇다해도 2개사에 불과하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가 밝힌 중국 투자 확대의 이유다.

중국은 정부는 3년째 한국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사실상 사업기회를 박탈했다. 그 사이 중국을 필두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무서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진 중국은 자국 배터리만으로 수요를 감당해 왔지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크게 성장할 앞으로의 전기차 시장에선 상황이 다르다. 1회 충전에 500㎞ 이상 가는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중국도 자국 업체들의 성장만 바라볼 순 없다. 보조금 폐지가 예고된 2021년 이후엔 한국업체들도 충분한 사업기회가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진출을 속속 준비하는 배경이다. LG화학은 지난 13일 중국 현지 완성차 1위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50대50 지분으로 1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LG화학은 한국업체 중에선 최초로 2015년 난징 신강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1공장을 준공했다. 오는 4분기 양산을 목표로 난징 빈강경제개발구에 2공장도 짓고 있다.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LG화학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중국 투자에 적극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중국 배터리 2공장을 짓기 위해 5799억원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장쑤성 창저우시 배터리 셀공장을 짓기로 한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대규모 투자가 눈에 띄는 이유는 현재 중국에서 내수용 전기차 배터리를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초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29차례에 걸쳐 전기차 보조금 리스트를 발표했지만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은 매번 제외돼 왔다. 사드 보복의 일환이자 자국 배터리 업체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차원에서 일종의 비관세장벽을 유지해온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지만 아직도 1대당 1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현지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년이면 상황이 다르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있어서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최근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도 보조금 정책이 끝나는 2021년 이후 양산을 내다본 것이 대다수다. 미리 준비해야만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중국 정부가 언제든 새로운 제재를 가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국내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새로운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자국 배터리 업체들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 수요 세계 1위 시장인데다가 정부의 육성 의지도 확고하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125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팔렸다. 올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6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중국 내수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온 중국 배터리업체는 사실상 CATL과 BYD가 유일하다. SNE리서치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4월 출하량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의 CATL(25.1%)과 BYD(16.3%)는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점유율은 각사 모두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 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만한 배터리 기술력을 아직 갖추지 못 했다는 방증이다. CATL 정도만이 한국과 일본이 앞서나가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 시장에서 향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내년 이후 본격화 될 1회 충전에 500㎞ 이상을 가는 3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높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 업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CATL, BYD가 기술력을 끌어올려 한국업체들과 대등한 수준이 되더라도, 중국 내수 전체 수요만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를 한 업체에서 공급받기 보다는 여러업체에서 받아 리스크를 낮추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1위 완성차업체 지리자동차가 LG화학과의 합작을 결정한 것도 이런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리스크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만큼 놓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국내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미래 시장상황을 내다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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