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담았어"
20년 전 같으면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결합한 크로스오버(CUV) 모델을 ‘끔찍한 혼종’이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반전매력이 대세다. 낮져밤이, 겉바속촉, 단짠단짠…다른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지닌 대상을 긍정적으로 형언하는 경우가 많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프리미엄 중형 크로스오버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훌륭한 혼종’이었다.
시승차를 받자마자 한 동안 보지 못한 육아에 바쁜 친구를 보러 갔다. 아이 때문에 새 차를 고르고 있다던 그녀와 헤실거리는 딸을 태운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컴포트 모드로 경기도 일대를 누볐다. 친구는 기자 본인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차를 둘러보더니 가죽이 좋고 트렁크가 넓다며 썩 마음에 들어 했다.
품 안의 아기 체온 때문에 더웠는지 2열에서 공조기를 만지고 있던 친구에게 “새로 살 차는 골랐느냐”고 물었더니 “볼보”라는 대답이 망설임 없이 돌아왔다. 본의 아니게 영업을 했다. 크로스컨트리에는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도 기본으로 있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들린다. 덕분에 한참을 곤히 자던 아기가 칭얼거리며 초짜 엄마를 나무랐다.
유로앤캡(Euro NCAP)에서 별 5개를 받은 크로스컨트리는 다양한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을 기본화하고도 5000만원대로 판매가격이 책정됐다. 이름처럼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영역을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모델이라 세단과 SUV의 장점만 골라 담았다. 게다가 강인하고 날렵한 디자인과 최대 1441ℓ의 풍부한 적재공간, 최신 기술이 반영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등을 갖췄다. 한 마디로 세단, SUV, 왜건의 장점으로 무장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겸비한 차다. 마치 “고객아,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담아봤어”하듯.
무엇보다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LED 헤드램프 사이로 아이언 마크가 삽입된 메시 그릴이 강한 이미지를 풍긴다. 헤드램프만큼이나 특징적인 세로형 리어램프는 트렁크 중심부로 파고들어 ‘볼보’ 레터링을 받치고 있다. 과감하게 세그먼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델임에도 디자인은 정숙한 편이다. 모나지 않은 디자인이다. 실제로 모서리라 할 법한 라인들이 차체를 구성하는 각 면에 부드럽게 스며들듯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닛에서부터 리어램프까지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캐릭터라인을 중심으로 정제된 선과 면이 차체를 구성하는 터라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어느 한 곳에만 눈이 가기보다는 어느 한 구석도 밉지 않고 아름답다. 굳이 요란한 액세서리로 치장하지 않고도 멋스러운 맵시가 자연스레 드러나는 모델 같다. 이토록 여성적인 남성미를 가진 차도 오랜만이다.
오르막길에서 발휘하는 뒷심이 깨끗하다. 툭 던지듯 밀어올리는 힘은 부치거나 오버스럽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감동적이다. 그래도 어딘가 뭉근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다이내믹 모드로 바꿈과 동시에 사라졌다. 쇽 업소버의 댐핑 컨디션을 조정한 크로스컨트리 전용 투어링 섀시 및 리프스프링이 적용된 서스펜션 덕에 험로 대응력도 우수했다. 19인치 휠은 노면을 쉽사리 놓지 않고 자세를 유지했다.
도로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설정한 거리로 유지하며 최대 140km/h까지 주행이 가능한 ‘파일럿 어시스트 II(Pilot Assist II)’ 역시 기본 사양이다.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에 방향 조종 기능이 추가돼 차선 이탈 없이 달릴 수 있다. 기존 모델보다 스티어링 휠에 더 강한 토크를 가하도록 설계돼 곡선 도로에서 조향 지원이 원활해졌다.
편의사양으로 감성도 한껏 끌어올렸다. 휴게소 정차 중 조수석에 타 보겠다며 아기를 내게 맡기고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던 친구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것저것 만지다가 레버를 돌렸는데 마사지 기능이 켜진 것이다. 시승차인 크로스컨트리 T5 프로 모델에는 앞좌석 마사지시트, 4구역 독립온도조절시스템, 바워스&윌킨스 프리미엄사운드시스템 등이 장착돼 있었다.
인터페이스는 매우 직관적이다. 버튼이 이렇게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간결하고, 세로형 9인치 센터콘솔 디스플레이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겨울왕국 스웨덴 태생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듯, 장갑을 끼고도 터치 인식이 된다. 동승한 친구는 운전하면서 조작하기엔 터치 패드보단 버튼이 편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다. 부모님께 크로스컨트리를 사드리면 조작이 불편하다고 하실 것 같기도 하다. 순정 내비게이션도 교통량을 살뜰히 표시해주기는 하나 적응이 쉽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오토’로 평소 쓰던 내비게이션 앱을 쉽게 연동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을 포함하는 고성능 스피커 설계를 기반으로 개방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 알루미늄 소재의 트위터가 대시보드 중앙에서 고음역대를 뽑아내고, 1열과 2열의 양쪽 도어부터 루프까지 빼곡하게 설치된 18개의 스피커가 선명한 현장감을 조성한다. 더불어 에어 서브 우퍼와 하만의 D앰프가 뒤에서부터 큰 울림을 자아낸다. 폰에 있던, 예전부터 듣던 노래를 들었는데 영 새로웠다. 콘서트홀 모드가 특히 좋았다.
친구를 집 앞에 내려주면서 트렁크에서 유모차를 꺼낼 때 발재간을 부려봤다. 핸즈프리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탑재돼 있어 로우킥을 하듯 트렁크 아래를 발로 휘저어주면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다. 아기를 안고도 가방이며 장바구니며 들 짐이 많은 부모에게 유용한 기능임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재다능한 CUV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의 판매 가격은 기본형 T5 AWD 5280만원, 고급형 T5 AWD 프로 5890만원이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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