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세금 들어가는 EV 박람회 홍수시대

2019. 4.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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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체마다 전기차 박람회 들고 나와
 -산업적 효과보다 자치단체 전시 행정에 가까워

 오는 5월2일 서울 코엑스에서 'EV트렌드코리아 2019'가 열린다. 그리고 며칠 후인 8일부터는 제주도에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개최된다. 또 6월20일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그린카전시회가, 10월에는 대구에서 미래자동차엑스포가 시작한다. 그리고 해마다 서울과 부산에서 번갈아가며 모터쇼가 이어진다. 주최측마다 자신들이 마련한 박람회는 차별화됐다고 홍보하지만 내용은 거의 다르지 않다. 단순하게 보면 모터쇼의 일부분으로 등장한 여러 전기차들이 지역별로 헤쳐모이는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지역별로 앞다퉈 전기차를 주제로 모터쇼 형식의 박람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전동화(Electrification)'가 대세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을 전기차 산업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자치단체들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다. 그래서 모터쇼를 제외한 지역별 전기차 행사에는 자치단체 또는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 쉽게 보면 세금을 투입해 박람회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그렇다 보니 완성차회사도 꽤 곤혹스럽다.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음에도 자치단체장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어차피 전기차 보급은 환경부 주관으로 자치단체가 신청한 것만 판매되는 것이어서 굳이 박람회에 무대를 만들 이유가 없고, 전기차 보급 또한 전체 승용차 판매 160만대 가운데 4만대에 불과해서다. 비용 대비 효과가 거의 없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고민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자치단체가 같은 성격의 전기차 박람회를 열다 보니 어느 한 지역만 참가할 수 없어 아예 모두 거절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지만 간혹 최고 경영진에서 참여 지시를 내릴 때가 있다고 한다. 본질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져 거절한 사안이지만 어쨌든 특정 지역 박람회에 참여하면 다른 자치단체의 불만이 쏟아져 곤혹스럽다고 말이다. 

 그런데 각 자치단체들이 마련한 전기차 박람회의 벤치마킹 대상은 미국 최대 소비자가전쇼인 'CES'와 같은 융합 박람회다. 하지만 면면을 보면 오로지 이동 수단, 그 중에서도 전력을 사용하는 것에 한정돼 있다. CES는 전자제품 박람회로 출발해 전동화되는 자동차의 일부분이 자연스럽게 흡수된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전동 이동 수단에 치중한 국내 여러 자치단체들의 박람회와 근본 성격이 다르다. 또한 실리콘밸리가 인접해 있어 자동차와 연관된 스타트업들이 많은 점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자치단체들의 전기차 박람회보다 이동 수단의 4차 혁명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우리 또한 국내 모터쇼와 가전쇼부터 합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주최측이 다르고 박람회를 통한 수익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합쳐지지 못하는 마당에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세금을 투입해 전기차 박람회를 개최하니 실제 효용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컨벤션 센터를 그냥 둘 수 없어 억지로(?) 전기차 박람회를 만들었다면, 또는 자동차가 들어가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주제를 자동차로 삼되 이미 모터쇼가 있으니 전기차만 따로 떼어내 생각했다면 이제는 잠시 산업의 미래를 생각해 통합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군산에서 모터쇼가 열린 적이 있다. 르노삼성 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부산이 모터쇼를 마련했더니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토대로 전라북도와 군산 또한 모터쇼를 만들었다. 이후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시,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시, 기아차 공장이 있는 광주시도 모터쇼를 고려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 모터쇼의 난립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결국 서울과 부산만 남고 사라졌다. 

 지금 자치단체들의 전기차 박람회 난립(?)을 보면 그때와 비슷한 형국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완성차 생산 공장이라는 명분이 전기차 보급으로 갈아탔을 뿐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전기차 박람회는 16개 광역시도에 모두 생길 수도 있다. 공장이 없어도 자치단체마다 보급은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박람회는 그저 박람회에 그치고 아무런 산업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전시성 행정에 머물게 된다. 그나마 일부 자치단체가 자동차에 IoT와 로봇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우후죽순의 난립은 오히려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전기차 박람회의 홍수 시대, 해법은 없을까?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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