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올인? 현대차 "가격·성능 숙제 남아..올인 전략은 위험"

송상현 기자 입력 2019. 4.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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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상 현대엔지비 대표 "배터리가격 경쟁력 의문"
전기차 '올인' 대신 차분한 준비 '속도 조절'
쏘울 부스터 EV. © 뉴스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현대·기아차가 전기자동차 대세론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가격이나 주행거리 등에서 아직 전기차가 한계를 보이는 만큼 다른 완성차업체처럼 올인하는 리스크를 감수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에 동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이 온다면, 그때 승부수를 띄워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기상 현대엔지비 대표 "배터리 가격 안 떨어져…전기차 수익성 의문"

이기상 현대엔지비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춘계 자동차부품산업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배터리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관련 기술을 이미 다 확보한 만큼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에 맞춰 선두로 올라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산학협력 및 연구개발(R&D) 육성 계열사로 이기상 대표는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을 지낸 친환경차 전문가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전망도 밝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전기차 대세론'을 인정할 시점은 아니라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기아차가 최근 판매를 시작한 순수전기차 '쏘울 부스터 EV'의 가격은 463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솔린 모델이 2000만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비싸다. 정부의 보조금이 없이는 사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전기차 가격이 월등히 비싼 이유는 배터리 가격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업체에 납품되는 전기차 배터리 셀 가격은 1kWh당 평균 200달러(22만7500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쏘울 부스터 EV에 실린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65kWh으로 기아차는 배터리 구매에만 대략 1480만원을 쓴 셈이다. 순수전기차(EV)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쏘울 부스터와 같이 평균 33% 정도다.

이 대표는 "배터리 양극재 핵심원료인 코발트 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배터리 가격이 안 떨어져 배터리업계도 고민"이라면서 "전기차 보조금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차로 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배터리 가격은 1kWh당 150달러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110달러 수준으로 낮춰야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경제성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톤당 3만달러 수준이었던 코발트 가격이 한때 9만달러까지 치솟는 등 원재료 가격이 불안한 점은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터리 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로, 특히 코발트 등 양극활물질 가격은 재료비 가운데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주행거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에선 1회 충전에 500㎞를 가는 3세대 전기차 개발이 완료돼야 대중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300㎞ 내외로 가솔린 차량(70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배터리 자체 무게가 무겁다는 점도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방해요소다. 쏘울 부스터 EV의 공차중량은 1695㎏으로 가솔린 모델(1350㎏)보다 300㎏ 이상 무겁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기차에서 배터리 무게는 300㎏에 육박한다. 배터리 20% 용량은 자기 무게를 끌고 가기 위해 쓰는 셈"이라며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배터리 용량을 더 늘려야하고 이러면 더 무거워지는데 이렇게 해서 경쟁력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기상 현대엔지비 대표이사. 2015.5.4/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전기차 포기 아냐…꾸준히 준비하며 '때'를 기다릴 뿐"

폭스바겐과 GM 등 전기차에 올인하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기차 모델 1~2 차종 더 내고 덜 내고 하는 차이로 '경쟁력이 없다' '중국에 뒤처졌다'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태도"라며 "2030년에도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의 비중이 80%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본체질을 강화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만큼 요란스럽진 않지만, 현대·기아차 역시 착실히 전기차를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꾸준히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모델을 14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최근 수정, 23개로 대폭 확대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수소차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도 간명하다. 이 대표는 "전기차와 수소차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전기차의 단점이 곧 수소차의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차는 중·소형차, 수소차는 대형차(화물차·중대형 SUV) 중심으로 병행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2019 뉴욕 국제 오토쇼(2019 New York International Auto Show, 이하 뉴욕 모터쇼)’에서 전기차 기반 콘셉트카 ‘민트 콘셉트(Mint Concept)’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민트 콘셉트’에 대해 도시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위해 최적화된 씨티카(city car)라고 밝혔다. 사진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전기차 기반 콘셉트카 ‘민트 콘셉트(Mint Concept)’의 외관 및 실내 모습.(현대·기아자동차 제공) 2019.4.17/뉴스1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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