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끊기는데도..한국GM-르노삼성 노사는 '아몰랑'

김양혁 입력 2019. 3. 26. 14:43 수정 2019. 3. 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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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GM) 본사 본관 앞에서 한국GM 노조가 사측이 최근에 제시한 단체협약 개정안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밥줄'이 끊어지는 상황에서도 제 갈 길만 고집하고 있다. 그동안 회사를 먹여 살려왔던 대표 수출 차종의 위상이 위태롭지만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이들 차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최대 80%에 달했던 만큼 회사 존립마저 흔들리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측 노사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 한때 내로라하는 세계 완성차 업체의 수출 전략 기지로 위상이 높았던 회사들의 '몰락'이다. 본사도 이제는 한국형 제조업 '고질병'에 질린 모양새다.

◇굳건했던 '수출왕' 위태위태…회사 존립 흔들흔들 =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한국지엠(GM)이 수출한 트랙스는 모두 3만7868대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수출하고 있는 차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다. 트랙스는 작년 '탈(脫)한국'과 법인 분리 등 악재에도 고군분투하며 3년 연속 국내 차 업계 '수출왕'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트랙스의 올 성적표를 보면 작년 같은 기간(4만835대)과 비교해 7.27%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자동차 투싼(3만6303대)과 코나(3만4367대)가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트랙스는 작년 1~2월의 경우 투싼과 7542대의 격차를 벌렸었지만, 올 들어서는 1565대에 그쳤다. 코나 역시 빠른 속도로 수출량을 늘리며 선두 싸움에 뛰어들었다.

르노삼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들어 2월까지 로그 수출량은 1만2131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201대)보다 39.9% 급감했다. 작년 국내서 가장 많이 수출된 차종 톱 10에 들었지만, 올해는 10위권 진입은커녕 경쟁 차종들의 질주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9월이면 닛산으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해왔던 로그의 생산이 중단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에서 트랙스와 로그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작년 기준 한국GM이 수출한 차 36만9370대 가운데 트랙스는 64.92%(23만9800대)를 차지했고, 르노삼성의 경우 전체 수출(13만7193대)에서 로그 비율이 78.17%(10만7245대)에 달한다. 작년 이들 회사가 수출한 차 10대 중 최대 8대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처럼 일부 차종에 대한 수출 '쏠림현상'이 심화한 탓에 실적도 좌지우지하는 구조다.

◇노사 강대강(强對强) 대치…본사는 '골머리' = 한국GM은 작년 부도 문턱까지 갔다 혈세 투입으로 회생했다. 이후 잠잠했던 한국GM은 법인분리를 놓고 또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노조가 "법인분리 발표 당시 국내서 생산하려던 차량을 중국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하면서다. 아울러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도 일방적으로 고치려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파업을 비롯, 모든 방안을 동원해 이를 바로 잡겠다는 방침이다. 노사 신뢰에 금이 간 상황에서 앞으로 진행할 올해 임단협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르노삼성 노사는 작년 6월부터 9개월 동안 20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아직 합의를 못 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노조가 벌인 파업 시간만 192시간에 달한다. 회사 측은 이로 인해 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파업은 사측뿐만 아니라 지역 협력업체로까지 번졌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다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파업이 잦지 않았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이를 감당할만한 '맷집'도 키우지 못한 상태다. 보다 못한 프랑스 본사가 칼을 빼 들었다. 르노삼성은 오는 4월 1일부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지역 본부 소속이 된다. 그동안 부산공장 수출 절반을 담당해왔던 북미는 빠졌다. 조직 개편의 목적은 명확했다. 효율성과 수익성이다. 이는 현재 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놓인 르노삼성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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