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호일' 조롱받다 중형차 제왕으로..쏘나타 35년 역사

문희철 2019. 3. 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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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나타 출시] 쏘나타 35년 ‘신데렐라 스토리’

21일 공식 출시하는 8세대 쏘나타.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21일 8세대 쏘나타가 공식 출시하면서, 쏘나타는 햇수로 35년 연속 판매를 이어가는 최초의 국산차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74년 10월 최초 출시한 쌍용차 코란도는 쏘나타(1985년 출시)보다 먼저 나왔지만, 2005년부터 5년 동안 단종했었다.

1985년 최초로 선보인 쏘나타는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대수 850만대를 돌파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형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8세대 쏘나타 등장으로 쏘나타의 브랜드를 달고 등장한 차종은 모두 15개로 늘었다.


스텔라 고급형, ‘牛나 타는 차’ 조롱

기악을 위한 독주곡에서 이름을 따온 1세대 소나타.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최초로 선보인 쏘나타의 차명은 ‘쏘나타’가 아니라 ‘소나타’였다. 16세기 바로크시대 이후 발달한 기악을 위한 독주곡·실내악을 지칭하는 단어 소나타(sonata)에서 유래했다. 고도의 연주기술이 필요하면서도 강한 개성이 드러나는 4개의 악장이 조합한 소나타처럼, 고도의 종합 예술 수준의 차량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달리는 차량 안에서도 소나타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소음이 적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1세대 모델 출시 당시에는 국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쏘나타가 현대차 중형세단 스텔라의 고급 세그먼트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전면부 디자인도 스텔라와 거의 비슷했다. 당시 스텔라는 경쟁 차종인 대우자동차 로얄보다 배기량·차체가 작았다. 출시 첫 해 판매량은 1029대였다.

소나타가 생각만큼 인기가 없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소(牛)나 타는 차처럼 차명을 지어서 안 팔리는 것 아니냐’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출시 3개월만에 차명을 쏘나타로 바꾼다.


캠리·어코드에 밀려 캐나다 공장 폐쇄

'세계 최신 21세기 하이테크 세단' 2세대 쏘나타. [사진 현대차]

출시 2년 1개월 만에 단종한 1세대 쏘나타의 뒤를 이어 1988년 6월 2세대 쏘나타가 등장한다. 당시 광고 카피는 ‘세계 최신 스타일의 21세기 하이테크 세단’이었다. 우주선 뺨치는 광고카피 덕분인지 2세대 쏘나타는 사전계약 한 달 만에 1만대가 계약될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포니·엑셀 등 현대차는 ‘쿠킹호일’이라는 조롱을 받던 시절이다. 쏘나타는 해외 시장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회하려는 전략 모델이었다. 캐나다 퀘백주에 야심차게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북미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경쟁 모델인 도요타 캠리와 혼다자동차 어코드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1995년 캐나다 공장을 폐쇄한다.

1994~1995년 베스트셀링카 3세대 쏘나타. [사진 현대차]

3세대 모델(쏘나타Ⅱ)이 등장한 건 1993년이다. 쏘나타라는 브랜드가 35년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였다. 무난한 디자인에 경쟁 차종 대비 마력(146마력)이 높아 국내 소비자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다. 쏘나타Ⅱ는 1994년·1995년 2년 연속 국내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였다. 부분변경모델(쏘나타Ⅲ)까지 합치면 3세대 쏘나타는 무려 107만1696대가 팔렸다.

1998년 등장한 4세대 쏘나타(EF쏘나타)는 중형세단 시장에서 기술 독립을 선언한 차종이다. 현대차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엔진(델타엔진)과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엔진 무게를 20% 이상 줄였다.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 연속 국내 전 차종에서 가장 많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링카의 지위를 이어갔다.

19개월 연속 베스트셀링카를 차지한 4세대 쏘나타. [사진 현대차]

이때까지 쏘나타는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1년 등장한 4세대 쏘나타의 부분변경모델(뉴EF쏘나타)는 달랐다. 미국 품질조사기관 JD파워가 선정하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국내 최초로 중형차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비웃음거리였던 현대차가 쏘나타를 앞세워 1위를 차지하자 당시 외신은 ‘지구는 평평하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기술→디자인→안전성 차근차근 강화

글로벌 차종으로 발돋움한 5세대 쏘나타.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5세대 쏘나타(NF쏘나타)를 2004년 출시했다. 46개월 동안 2900억원을 투자해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엔진(세타엔진)을 탑재했다. 세타엔진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나 미국 크라이슬러가 수입한 최초의 국산 엔진이다. 2005년 5월부터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생산하면서 쏘나타는 글로벌 차종으로 발돋움했다.

2009년 9월 출시된 6세대 쏘나타(YF쏘나타)부터 현대차는 성능을 기반으로 디자인 차별화를 시도한다. 6세대 쏘나타는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Fluidic Sculpture·흐르는 조각)을 적용했다.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던 기존 쏘나타와 달리, 6세대 쏘나타는 3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소비자 선택을 받는다. 덕분에 6세대 쏘나타는 중형세단 최초로 누적 판매량이 2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212만6885대).

신속한 연구개발 끝에 등장한 6세대 쏘나타. [사진 현대차]

YF쏘나타 등장 이후 완전변경모델인 LF쏘나타가 등장한 건 불과 4년6개월. 완전변경모델을 개발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6년은 걸린다는 것이 당시 자동차업계에서 통용되는 정설이었다. 2014년 등장한 7세대 쏘나타는 현대차가 얼마나 빠르게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를 따라잡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IIHS 충돌테스트에서 우수 등급을 확보한 7세대 쏘나타. [사진 현대차]

기존 모델이 차근차근 성능·디자인을 따라잡았다면, 7세대 쏘나타(LF쏘나타)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전’까지 확보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테스트에서 ‘우수’등급을 획득한 것이다. LF쏘나타는 초고장력 강판 비율(AHSS·인장강도 60kg/㎟급 이상)을 2배 이상(21%→51%) 확대하고, 외부 충격에 대한 비틀림 강성을 기존 모델 대비 41%, 굽힘 강성을 35% 각각 향상했다.

이제 쏘나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중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팔린 쏘나타를 일렬로 세우면 길이(4만1213㎞)가 지구의 둘레(4만6250㎞)를 거의 한 바퀴 채울 정도다. 쏘나타를 ‘중형차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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