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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리포트] 中 택시업계, 어떻게 차량 공유서비스와 경쟁서 살아남았나

노경목 입력 2019.03.13 11:41 수정 2019.03.13 11:45

[ 노경목 기자 ]

“차량 공유서비스요? 택시업계의 수익에는 어떤 악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선전에서 20년 이상 택시를 몰았다는 차이멍신씨가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한국에서는 차량 공유서비스 도입에 반대해 자살하는 택시기사도 있다”는 기자의 말에 돌아온 답이다. 선전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기사들에게는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디디추싱이 2012년 영업을 시작하며 차량공유 서비스가 중국에 발을 디딘지 9년, 택시업계는 고사하기는 커녕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중국 택시업계, 어떻게 싸웠나

처음에는 인터넷 택시 예약 서비스로 보였던 디디추싱이 택시를 빼고 개인 차량과 고객을 본격적으로 연결시키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중국 택시업계의 반발도 높았다. 중국의 특성상 소리 내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각지에서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혁신을 막을 수 없다”며 오히려 관련 서비스를 확산시켰다. 지금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목적지만 검색해도 7개의 차량 공유서비스업체가 각각 다른 요금과 차량 서비스를 제시한다. 차량 공유 이외에 수만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 새로운 유형의 업체도 생겼다.

중국 택시업계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스스로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 품질도 끌어올렸다. 선전 택시업체들은 2016년부터 택시를 전기차로 전환했다. 선전에서 전기 택시는 지난해말 기준 2만1000여대로 전체의 99%다. 전기택시는 초기 투자비가 들지만 연료비가 가솔린 차량의 20% 밖에 들지 않는다. 이를 무기로 택시 요금을 동결해 초기에는 택시보다 쌌던 차량 공유서비스 이용료가 이제는 10% 이상 높다. 선전의 전기차업체 BYD에서 택시 전용으로 만든 E6는 해치백 스타일로 세단보다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어 승객의 만족도가 높다.

차량 공유서비스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택시 서비스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졸린 심야 시간을 제외하고는 승객의 요구 없이 라디오나 음악을 듣고 있는 기사는 거의 없다. 승객이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더 찾기 어렵다. 짐칸에 실어야할 화물을 승객이 갖고 있으면 어김없이 기사가 내려서 돕는다. 택시 기사들은 “차량 공유서비스가 본격화된 이후 회사의 서비스 교육이 강화됐다”며 “좀 힘들어졌지만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위기감에 다들 열심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곤경에

차량 공유서비스 자체의 문제점도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과 8월 잇따라 터진 차량 공유서비스의 강간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건은 디디추싱의 카풀 서비스인 ‘디디순펑’을 통해 벌어졌다. 신분증과 차량등록증 등 기초적인 자료만 모바일로 업데이트하면 기사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로 지적됐다. 디디추싱은 디디순펑 서비스를 중단하고 지금은 차량과 고객을 1대 1로 매칭해주고만 있다. 그나마도 높아진 자격 수준을 만족시키는 기사가 적어 하루 주문 처리량은 사건 발생 전 대비 10%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주간 차이징은 “카풀사업을 접으면서 진정한 차량 공유서비스는 어려워졌다”며 “디디추싱이 단순히 규모가 큰 택시업체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것은 씻기 힘든 상처다. 광저우 여대생 션자씨는 “지난해부터 택시만 이용하고 차량 공유서비스는 절대 쓰지 않는다”며 “주위 친구들도 그렇다”고 전했다. 택시 회사에 소속돼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자격 검증을 받는 기존 택시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차량 공유서비스에 대한 각종 규제가 서서히 늘며 사업비용도 늘고 있다. 차량 투입을 위한 전용 보험이 의무화되고 있고, 차량 내부 녹화장치 등 안전장치도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도입이 강제되고 있다. 여기에 따른 비용상승은 연간 1만위안(약 165만원) 이상으로 이용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차량 공유서비스가 도입되면 택시가 마차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최소한 중국에서는 기우에 불과했다. 카풀 등 완벽한 차량 공유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택시 업계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며 소비자 복리는 높아졌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조해 7년간 이끌고 있는 디디추싱 역시 승리자다. 한국 정부와 택시업계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