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부산공장 뒤집어진 '20%'

류정 기자 2019. 2. 1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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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스페인의 1.7배, 터키의 3배.. 르노공장 46곳 중 셋째로 임금 비싸

2013년 최악의 경영난에 처해 있던 르노삼성자동차는 모(母)기업인 프랑스 르노 본사로부터 '닛산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을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당시 위탁 생산 계약을 놓고 경쟁했던 일본의 닛산 규슈 공장보다 품질 관리 능력은 떨어졌지만, 시간당 인건비(모든 근로자의 임금 총합을 모든 근로자의 작업 시간으로 나눈 것)가 20~30% 낮은 게 승리 요인이었다.

그러나 로그 위탁 생산 계약 만료(9월)를 앞둔 지금 르노삼성 부산 공장과 닛산 규슈 공장의 생산 경쟁력은 완전히 역전됐다. 6년 만에 부산 공장 인건비는 규슈 공장보다 20% 높아졌는데 품질 관리 능력은 일본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부산 공장 인건비는 일본보다 높을 뿐 아니라 스페인의 1.7배, 전 세계 46개 르노 공장 중 셋째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위탁 생산 후속 물량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 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르노삼성 가동률은 40% 이하로 떨어지고 곧바로 적자 전환하게 된다.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와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등 '제2의 한국GM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르노삼성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최근 4개월간 30차례, 112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르노그룹 본사는 지난 1일 "파업이 계속되면 신차 위탁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지난 8일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맞섰다.

◇부산공장 인건비 '톱3'… 강성 노조 등장하며 더 꼬여 10일 르노삼성 관계자는 "전 세계 르노 46개 공장 중 프랑스 공장 2곳을 제외하고는 부산공장보다 인건비가 더 높은 곳은 없다"며, "현재 시간당 인건비는 스페인 공장이 부산 공장의 60%, 터키 공장은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그 위탁생산 물량으로 큰 걱정 없이 지내온 지난 6년 동안 르노삼성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부산 공장은 임금 인상률이 2015년 이후 매년 2~3%에 달했던 반면, 일본은 1% 이하로 사실상 동결했다. 일본은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고, 아웃소싱을 늘려 생산성을 높였다. 높은 임금을 받던 전후 세대의 퇴직, 엔화 약세까지 더해져 규슈공장의 비용은 더 줄었다. 2009년 폐쇄 위기를 겪었던 스페인 바야돌리드 르노공장은 2010년 임금을 동결하고 이후에도 임금을 물가 상승률의 절반만 올리는 등 고강도 자체 개혁을 단행했다.

2017년까지 3년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하며 자동차 업계 노사관계 모범생으로 불리던 르노삼성은 작년 11월 강성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부산 공장 직원 평균 연봉이 7800만원(2017년 기준)인 반면, 현대차는 9000만원 선이라며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고참 직원은 최대 1억1100만원까지 받는다"며 "평균 연령이 38세인 부산 공장 평균임금을 평균 연령 50세가 넘는 현대차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공포에 떨고 있는 협력업체들 당장 협력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르노삼성 1차 협력업체인 A사 직원들은 지난달 평균 '주 3일 근무'를 했다. 르노삼성차의 갑작스러운 부분 파업이 잇따르면서 정상 출근하고도 하루 3~4시간만 일하다 퇴근한 게 반복돼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주 3일 근무한 게 된 것이다.

르노삼성차는 1차 부품사만 260여 개에 간접고용 인원은 5만여 명에 달한다. 르노삼성 부품사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나기원 신흥기공 대표는 "협의회 소속 부품사들은 르노삼성 납품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대로라면 협력업체들부터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이미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쭉 파업하면 정부에 수당이라도 신청할 텐데 예고 없이 부분 파업을 계속하니 직원들 출근시켰다가 되돌려 보내는 일이 잦다"며 "주 2일, 주 3일 근무하는 회사가 널렸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협력업체 협의회는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회의를 열었지만 르노삼성 사측과 노측에 각각 호소문을 보내는 것 이외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르노삼성은 위탁생산이 없으면 망하는 처지이고, 이런 공장의 핵심 경쟁력은 고정비, 특히 인건비"라며 "전 세계 경쟁 공장이 모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목을 매는데 세상에 이렇게 위기감 없는 노조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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