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도 좋지만 배터리 실력 좋은 전기차도 키워야"
[경향신문] 국내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놓고 최근 정부와 현대자동차가 강조하는 수소연료전지차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기차 양산도 병행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소 제언이 나왔다. 수소차가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데 비해 세계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급성장하고 있어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불황으로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400만대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과 윤자영 연구원은 7일 ‘구미(歐美)의 미래차 주도권 확보 경쟁 가속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재의 글로벌 시장상황과 한국의 배터리 경쟁력을 고려해 전기차 투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 완성차업체가 수소전기차 양산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라며 “수소전기차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계 수소전기차 누적판매는 2018년 말까지 1만대에 불과하다”며 “수소전기차 수요가 2030년에 전세계 신차 판매의 2%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은 상용화 10년만인 올해 하이브리드자동차 판매를 추월하며 급성장세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2022년까지 100종 이상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LG화학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이 세계 선두급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충전기와 네트워크 관리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해 종합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이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과 유럽은 전기자동차산업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자율주행화와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배터리 전기차의 양산에 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내연기관 기술도 중요하지만 전기동력·자율주행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고서는 세계 시장 불황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앞으로 1~2년 간 어려움이 이어져 연간 400만대 생산도 못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2018년 403만대로 하락한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9년에도 큰 폭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자동차 생산이 추가 감소해 400만대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의무판매제, 미국의 통상압력 향방 불투명,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강화 등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의 불황은 산업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고 변화에 순응하는 기업은 생존할 것이나 역행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며 “그 시점은 늦어도 2025년이 되리라는 것이 세계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전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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