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40 R-디자인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모클팀 2019. 1. 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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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볼보 XC40 R-디자인을 통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볼보는 과거부터 좋은 차량을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좋은 실력과 노하우에서도 늘 재정의 압박으로 인해 '이상적인 존재'가 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럴까?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후 '총알'이 두둑해진 볼보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존재'를 거침 없이 선보이고 있다. 실제 볼보 90 시리즈나 60 시리즈 등은 '볼보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존재, 볼보의 라인업 확장과 함께 '기성 고객'이 아닌 '새로운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엔트리 모델 'XC40'은 사뭇 다른 존재감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볼보 XC40를 통해 어떤 의미,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힙스터를 자처하다

볼보 XC40은 말 그대로 힙스터를 자처하는 존재나 마찬가지다. 컴팩트한 체격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기성의 볼보와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앞서 등장한 90 시리즈나 60 시리즈들은 분명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앞세웠지만 지금껏 펼쳐오던 우아하면서도 담담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XC40는 '그 판' 자체를 완전히 뒤집은 느낌이다.

비교할 수 있는 대상으로는 2도어 해치백으로 젊은 소비층을 노렸던 볼보 C30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볼보 C30은 분명 젋은 소비자를 위해 개발된 모델이지만 전통적인 볼보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XC40는 완전히 다르다. 헤드라이트, 아이언 마크 등은 모두 볼보의 감성이지만 전체적인 실루엣 등은 지리 자동차의 새로운 브랜드 '링크 앤 코'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역시 투톤 컬러다. 그 동안 볼보가 독특한 컬러를 선보인 건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이었다. 파워블루나 사이안 레이싱 블루 같은 강렬한 파란색은 물론 강렬한 컬러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톤' 같은 기교는 하지 않았던 만큼, XC40에 적용된 투톤 컬러는 무척 반갑고 또 이채롭게 느껴진다.

새로운 소재의 적용 그리고 실망

볼보 XC40의 실내 공간은 최신의 볼보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을 볼 수 있다.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독특하게 처리한 대시보드 그리고 깔끔한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 계기판 등 볼보의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감성은 경쟁 모델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새롭게 적용된 주황색 패브릭 소재가 무척 미묘하다. 생각해보면 볼보는 과거부터 실내 공간에 제법 대담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푸른색을 과감히 사용하거나 메탈 소재를 주저 없이 적용하는 모습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적용된 소재는 정말 미묘하다. 특히 오염에 대해서는 정말 우려가 클 것 같았다.

이런 와중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도어포켓 안쪽에 이 패브릭이 온전히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의 볼보였다면 '수납품이 덜그럭' 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저 없이 적용했을 것인데 XC40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원가절감, 상업성이란 기업의 당연한 것이겠지만 '볼보'라는 타이틀엔 다소 아쉬운 대목일 것이다.

사운드 시스템을 사면 차를 드립니다?

볼보 XC40에는 여느 차량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인 '바워스 앤 월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이는 최근 볼보가 선보이고 있는 기조에 따른 것이며 어떤 모델이든 경쟁 모델 대비 우수한 사운드 품질과 만족감을 선사한다. 컴팩트 모델임에도 이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건 과거 다인오디오 시절 만큼이나 매력적인 모습일 것이다.

의도를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이빙

볼보 XC40의 드라이빙은 정말 미묘하다. 좋은 차체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워트레인이 그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량이 예쁘고 또 매력적인 건 사실인데 2.0L 가솔린 엔진은 정숙성이 아쉽고, 또 190마력의 출력이 사실인지 의문이들 정도로 출력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시승 차량이라고는 하지만 체감되는 출력은 150마력 언저리 정도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볼보가 향후 모든 파워트레인에 전동화 기술을 더해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편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리고 이 정책은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 내일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의 신차들은 '한 두 해만 버티는 과도기의 엔진'이라는 것이다. 결국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과거의 엔진들에 비해 '캘리브레이션의 완성도'가 높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볼보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볼보가 과연 그러한 선택을 할 브랜드라고 생각할 수 없다. 볼보는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재정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더 좋은 차량을 만들고, 또 차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던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기성 고객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탐닉하다

볼보 XC40은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볼보의 기성 고객들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노리는 것을 자처하고 있다. 통상적인브랜드 전략에 있어 엔트리 모델은 보다 젊은 소비자들을 노리는 게 맞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브랜드의 감성을 부담 없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볼보 XC40은 디자인이나 실내 공간, 그리고 주행 감성 등에 있어서도 기존의 볼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되려 '대중들이 익숙한 스타일'로 모든 것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라인업과의 간격이 상당히 커지게 되는 문제가 생기지만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라는 목적은 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행 질감도 마찬가지다. 볼보는 기계적인 감성을 강조하며 견고하고 또 탄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볼보 XC40은 다르다. 차체는 볼보 고유의 감성을 느낄수 있도록 했으나 서스펜션에서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기계적인 느낌을 덜어내고 보다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5,000만원에 이르는 가격은?

판매 가격에 있어서 볼보는 확실히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90 시리즈나 60 시리즈가 시장에서 얻고 있는 인기나 긍정적인 평가는 그런 자신감을 가지는 데 완벽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5,000만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미묘하다. 국산차는 물론이고 수입차 시장에서도 5,000만원의 가격은 정말 다양하고 수 많은 차량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XC40는 과연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까?

볼보는 과연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가?

볼보의 차량들을 경험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60, 90에 담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볼보를 뒤로 하고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무장한 XC40를 선보이고 있는 전략이 어떤 의미이고 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의도에서 XC40이 등장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모델 라인업에서 '투 트랙'과 같은 이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제법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이재환 기자(글), 김학수 기자(사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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