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출시 첫날 7000대 반짝.. 2인자 태생적 한계 4년 짧은 수명

박관규 입력 2019.01.22 17:02 수정 2019.01.22 22: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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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로체’

로체. 기아차 제공

기아차 로체는 2005년 11월 출시돼 4년 남짓 국내 중형세단 시장에 존재했던 차다.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2010년 4월 K5에 바통을 넘겼다.

당시만 해도 기아차는 이렇다 할 장수 모델이 없었다. 크레도스, 옵티마 등의 전작들도 단명 차종들이다. 가장 치열한 중형세단 시장에서 ‘신차효과’만을 노리고 잦은 모델 교체에 치중했기 때문에 세대를 이어가는 장수 모델이 자리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로체 이후 등장해 출시된 지 10년이 돼가는 K5가 그나마 장수 모델 반열에 올라설 전망이다. 중형세단 시장을 꾸준히 지키는 쏘나타와 좋은 대조를 보인다.

로체라는 이름은 인터넷 공모로 결정됐다.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의 이름에서 따왔다.

로체는 옵티마보다 차체를 조금 더 키웠고 1.8ㆍ2.0ㆍ2.4ℓ 등 3종류의 가솔린 엔진을 얹어 선보였다. 판매가격은 1,473만~2,619만원으로, 2.4ℓ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66마력을 자랑했다. 출시 1년 후에는 143마력짜리 2.0ℓ 디젤 엔진을 출시해 디젤 승용차 시대에 합류했다.

로체는 중형세단으로 쏘나타와 경쟁차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가격, 크기, 엔진 라인업 등에서 쏘나타 바로 아래에 자리매김했다. 로체는 출시 첫날 7,000대가 넘게 팔리는 등 초반 큰 인기를 얻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인기가 식었다.

로체는 현대차 그룹에 편입된 기아차의 좁은 입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경쟁 모델인 쏘나타에 비해 저렴한 가격 말고는 이렇다 할 비교우위를 갖지 못했다.

그것도 선두를 위협하는 강력한 2인자라기보다, ‘넘버 1’을 확실하게 보호하는 어중간한 2인자였다. “쏘나타를 넘어설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차”로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대차 역시 기아차와의 극단적인 경쟁을 피하며 로체 밀어주기에 나서기도 한다. 로체 출시 초기 현대차는 일선 영업조직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로체에 대한 지나친 경쟁을 자제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당시 기아차 사장으로 경영을 담당한 사람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었다.

로체는 장애인용 차량 출시와 택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LPI 엔진을 얹은 모델도 내놨는데, 이 모델이 택시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법인택시는 물론 개인택시 시장에서도 꽤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예나 지금이나 택시 시장은 양날의 검이다. 입소문을 타면 큰 홍보 효과를 누리기도 하지만, 택시로 눈에 많이 띄면 고급차로 인정받기는 힘들게 된다. 로체는 후자였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투입한 신형 모델이 로체 이노베이션이다. 국산 중형차 중에서 처음 패들시프트를 포함했다. ‘호랑이 코’ 그릴을 적용한 기아차 패밀리룩을 처음 이룬 차다. 2006년 기아차가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가 손을 본 디자인이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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