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시승기] 재규어 XE 2.0d AWD와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다

모클팀 2018. 9. 30. 03: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규어 XE 2.0d AWD로 서킷 주행에 나섰다.

재규어 XE 2.0d AWD와 함께 인제스피디움을 달렸다.

최근 영국 대사관에서 영국 내 자동차 브랜드들의 우수성을 알리는 독특한 트랙데이, 'UK 트랙 데이'를 개최했다.

영국 대사관이 지난해 10월부터 선보이고 있는오토모티브 이즈 그레이트(Automotive is GREAT)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재규어, 랜드로버는 물론이고 로터스, 멕라렌 등 영국 브랜드들의 뛰어난 주행 성능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날 재규어 XE 2.0d AWD와 함께 현장을 찾았고, 영국 브랜드들의 차량을 경험한 후 '인스트럭터의 가이드를 따라 서킷을 달릴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재규어 XE 2.0d AWD로 인제스피디움을 달려보게 되었다. 참고로 낮은 페이스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가이드 주행과 달리 이번 주행에서는 리드에 나선 박규승 인스트럭터가 기자를 보고는 무전으로 "페이스는 자유롭게 하겠다"며 차량 성능을 모두 끌어낼 수 있도록 이끌었다.

XE inje (2)

스포츠카 브랜드, 재규어

최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재규어는 사실 엄연한 스포츠카 브랜드다. 지금도 자신들을 스포츠카 브랜드라고 표현할 정도로 '드라이빙'에 대한 자신감과 가치를 높에 평가하는 브랜드다.

브랜드의 체질 개선을 이뤄낸 이후, 그리고 자동차를 '외형적인 가시적 재산'으로 취급하는 국내 시장에서는 XE, XF 그리고 XJ 등으로 이어지는 세단 모델과 SUV 모델인 F-페이스가 중심을 잡으면서 '고급스러운 차량'이라는 존재감을 강조하지만 사실 그런 모델들 역시 '컴포트 드라이빙' 보다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염두한 모델이다.

XE inje (3)

재규어 XE & 인제스피디움

재규어 XE 2.0d AWD가 달릴 무대, 인제스피디움은 국내에 위치하는 대규모 서킷 세 곳 중 가장 다이내믹하고 고저차가 큰 서킷이다. 연이은 코너는 물론 고저차에 대한 부담까지 차량의 기본적인 완성도와 밸런스, 그리고 차량 셋업에 대한 노하우까지 요구하는 서킷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출력이 높다고, 혹은 좋은 변속기 하나만 믿고 달려서는 결코 원하는 기록과 '좋은 드라이빙'을 구현할 수 없는 곳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출력을 떠나 차량을 다루는 즐거움'도 경험할 수 있는 무대다.

XE inje (4)

하나의 걸림돌, 디젤 엔진

솔직히 말해 서킷 주행을 시작하기 전, XE의 드라이빙에 대해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다만 평소에는 매끄럽다고 느꼈던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서킷 주행에서 요구되는 기민하고 섬세한 출력 전개를 제대로 대응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만약 해당 문제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XE가 서킷에서 선보일 드라이빙은 기대를 충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XE inje (5)

인제니움 엔진을 품은 XE,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다

서킷 주행을 앞두고 드라이빙 포지션을 조절했다. 평소보다 스티어링 휠과의 거리를 좁히고, 등받이 시트를 세워 스티어링 휠의 파지를 보다 정확히 했다. 일전 한 프로 드라이버에게 배운대로 엄지 손가락에 힘을 풀어 스티어링 휭 좌우 스포크 위에 가볍게 얹었다.

모든 조절을 마치고 난 후 XE는 여느 스포츠 쿠페와 비교를 하더라도 포지션의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낮고 견고한 포지션을 자랑했다. 사이드를 살짝 살린 시트 역시 견고함을 전달하며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XE inje (6)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원형의 기어 다이얼을 돌려 변속 모드 역시 S, 즉 스포츠로 바꿨다. 계기판은 붉게 물들고 RPM 미터가 계기판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 드라이빙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재규어 XE의 인제스피디움 주행을 시작했다.

XE inje (7)

보닛 아래 자리한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내는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는 부족하다면 부족하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크게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인제스피디움의 오르막에서는 잠시 둔한 느낌이 들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 구간에서는 충분한 가속을 더하며 필요 이상의 속도까지 XE를 이끌어 간다.

불안 요소였던 엔진의 반응은 준수했다. 조금 더 날카롭고 기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디젤 엔진으로서는 수준급이라 할 수 있는 반응과 특유의 회전 질감 등을 앞세워 코너 진입 전까지 충분한 속도를, 그리고 코너 탈출 후에도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이뤄낼 수 있었다.

XE inje (8)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도 만족스럽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변속 감각과 만족스러운 변속 속도를 전하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의 가능성과 성능을 충분히 살려낸다. 참고로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있는 패들 시프트를 통해 주행 상황에 따라 수동 변속을 하더라도 운전자의 의지를 최대한 반영하며 주행의 즐거움을 살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XE inje (9)

서킷에서 돋보인 재규어 XE의 밸런스

개인적으로 서킷 주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밸런스에 있다. 출력과 조향, 그리고 부드러움과 깊은 한계를 자랑하는 하체의 조율 등 주행을 구성하는 요소들 제 몫을 다하며 연출되는 드라이빙은 역동성 이전에 재규어 고유의 고급스러운 감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특히 흐름을 이어가며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재규어 고유의 '부드러움 전개'를 바탕으로 여느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우악스러운 움직임'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코너를 파고들 때 연석을 밟고 지나거나 약간의 과도한 진입이 있더라도 주행 라인이 흩어지지 않았다.

XE inje (10)

제동 부분에서는 약간의 부담감이 있다. 애초 XE 2.0 AWD가 달리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 아닌 만큼 제동성의 지속력이 다소 부족한 건 염두한 부분이다. 게다가 이런 패키징이 '내리막 후 제동'이 많은 인제스피디움을 가니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다면 차량 전반의 움직임이나 출력을 조율하는 부분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XE inje (11)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한다면 AWD보다는 조금 더 원초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한 RWD를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XE AWD의 드라이빙이 조금 투박하거나, 주행의 감성이 다소 불투명하게 전달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막상 XE AWD는 트랙 주행은 즐거움이 돋보였다. 코너를 파고드는 순간은 RWD 모델이라고 할 정도로 날렵한 느낌을 제시하고, 탈출 때는 견실하게 네 바퀴의 트랙션을 과시하며 가속했다.

XE inje (12)

AWD 시스템을 얹으며 느껴지는 무게감은 어쩔 수 없다지만 '과진입으로 인한 언더스티어 상황'을 제외하고는 AWD의 부담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없다고 할 정도로 전체적인 조율이나 완성도의 수준이 상당한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서킷을 달렸을까? 무전기를 통해 '가이드 주행 타임이 종료되었다'는 박규승 인스트럭터의 안내가 들려왔다.

좋은점: 뛰어난 밸런스로 즐기는 스포츠 드라이빙

아쉬운점: 지속력이 다소 아쉬운 브레이크

XE inje (13)

스포츠카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낸 XE 2.0d AWD

인제스피디움에서 달린 재규어 XE 2.0d AWD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경쟁 모델이나 구체적인 수치가 존재하지 않은 주행이었기 때문에 '주관적인 체감'에 의존한 평가지만 '충분히 만족하고 즐거운 주행'을 누릴 수 있었다. 조금 더 강한 심장과 노골적인 RWD 타입을 원하는 마음도 생기지만 그렇다고 XE 2.0d AWD의 가치가 퇴색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