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나 홀로 파업' 강행..국내공장 올스톱

김양혁 2018. 8. 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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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가 발행하는 함성소식 발췌.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결국 '나 홀로 파업'을 택했다. 현대자동차는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을 타결했고, 한국GM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형 꽁무니만 쫓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그동안 현대차의 그림자에 가려왔지만, 올해는 이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올해 요구하고 있는 임금이나 성과급 규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판매 부진과 통상 전쟁 압박으로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 상황을 공감한 듯 형님격인 현대차 노조마저도 교섭 장기화라는 '악습'을 끊어내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영업이익 30%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기아차 노조가 무리한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다르다" = 기아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강행하는 명분은 단일 기업으로서 현대차와 다르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매년 임단협에서 기아차는 "현대차 노조와 다르다"는 논리를 펼쳐왔지만, 결국 큰집 격인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하면 이를 따라가는 절차를 밟아왔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는 줄곧 '차별'을 주장했고, 결국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단협 요구안을 받아들인 이후 임단협을 마무리해왔다. 작년만 봐도 현대·기아차 노사는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300%와 타결 일시금 280만원 등에 합의했다.

올해는 간격이 매우 크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1만6276원(5.3%) 인상, 성과급으로 작년 영업이익 3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성과급 250%와 일시금 300만원(상품권 20만원 포함) 지급에 합의했다.

◆형님 추월한 연봉킹 '기아차' = 기아차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현대차 직원 연봉을 3년 연속 앞지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기아차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9300만원으로, 현대차(9200만원)보다 100만원 많았다. 현대·기아차의 1인당 직원 평균 연봉은 2014년 9700만원으로 같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 이전 기아차 직원 평균 연봉이 현대차를 넘어선 것은 2010년이 처음으로,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기아차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8200만원으로, 현대차(8000만원)보다 200만원 많았다. 직전 연도인 2009년에는 정반대였다. 현대차 직원 평균연봉이 7500만원으로 기아차보다 620만원 많았다

◆안방에선 '승승장구' 해외에선 '악화일로' = 기아차는 국내서 '형제 기업'이자 최대 경쟁사인 현대차를 누르고 3년째 승용차 부문 판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와 레저용차(RV) 등을 27만7806대를 팔아 현대차(27만4033대)를 앞질렀다. 이로써 기아차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승용차 부문 판매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까지 기아차는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줄곧 2위에 머물러 왔었다.

하지만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올해 상반기 기아차 영업이익은 65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7868억원)보다 16.3% 줄었다. 반기 기준 2009년 이후 가장 낮다. 미국과 중국 등 'G2 시장'에서 부진한 게 실적 악화의 주원인이다. 올 들어 7월까지 해외 판매가 4.4% 늘어난 130만3413대지만, 이는 작년 중국의 사드 여파로 급감한 실적과 비교하는 점을 고려할 때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역대급' 임협 기록 세운 형님 현대차 =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두 차례에 걸친 파업이 있었지만, 임협과 관련한 파업은 지난 7월 12일 부분파업이 전부였다. 같은 달 13일에 진행된 부분파업은 상위단체인 금속노동조합의 총파업 동참 차원이었다. 이를 포함해도 파업 규모는 7년 새 가장 적은 2차례에 불과하다. 작년과 2016년 현대차 노조는 24차례에 달하는 파업을 벌였다. 교섭 타결은 지난 5월 3일 상견례 이후 85만에 마무리됐다. 이는 2010년 임협 당시 45일 만에 타결한 이후 가장 짧은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매년 4개월가량 교섭을 끌어왔다. 조합원의 찬성 비율 역시 11년 만에 최고였다. 올해 찬성률은 63.39%로 2007년 77.1% 이후 가장 높다.

노조가 경영과 자동차산업 위기를 체감하면서 이런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632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1% 줄었다. 작년에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영업 실적이 전년보다 하락했는데, 올해는 더 악화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와 다르다는 주장의 기아차 노조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현대차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인 만큼 어려울 때일수록 노사가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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