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km 달리는 괴물 수소차 넥쏘, 주행능력 기대보다 '훌륭'

김정환 입력 2018. 5. 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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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승기-56]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친환경차가 어느새 이렇게 성큼 다가왔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 만큼이나 빈번해졌고, 말로만 듣던 수소전기차(FCEV)도 도로에서 '포착'되기 시작했다.

이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게 현대차 넥쏘(NEXO)다. 지난달 일반 판매가 시작된 후 예약 판매량만 1000대를 훌쩍 뛰어넘으며 출시 초반부터 흥행몰이에 나섰다.

성능도 실생활에서 쓰기에는 무리가 없다. 현실 세계로 빠져나온 미래차 고삐를 잡아봤다. 경기 고양에서 출발해 여주, 횡성을 거쳐 평창까지 250㎞를 달리는 트랙이다. 미래차 산업 적토마로 떠오른 넥쏘 성적표를 매기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디자인: 전형적인 현대차 SUV DNA. 호불호가 갈린다

2) 주행능력 : 기대했던 것보디 1.2배 좋다

3) 연비 : 수소차 구매의 최대 매력 포인트

4) 내부 공간 : 실용적인 디자인. 의외의 공간 수납성

5) 편의장비 : 무난하다. 고급스러움이 뒤처지는 게 아쉽다

6) 가격: 보조금이 최대 변수

1) 디자인: ★★☆

호불호가 갈릴 외모다. 기본적으로 현대차 SUV 패밀리룩을 걸치고 있다. 날렵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가 오밀조밀 배치된 콤퍼짓 램프에 고스란히 현대차 피가 흐른다.

다만 신형 싼타페, 코나 등 다른 SUV와는 달리 보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색채를 강하게 입혔다. 헤드램프 양옆 미간을 이어주는 라인이 점등되고 둥글둥글한 조약돌 같은 생김새에 단단한 질감을 조합해 공기역학 효과를 보겠다는 노림수가 읽힌다. 현대차 SUV룩을 선호하는 잠재 고객에게는 무난히 어울릴 만하다. 다만 현대차 패밀리룩에 알러지가 있는 소비자라면 통통한 멧돼지가 연상되지 않을까 싶다.

2) 주행능력 : ★★★☆

자동차 '냄새'가 없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일반 차량에서 들리게 마련인 엔진음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저 '스르륵'하며 굴러갈 뿐.

고속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양을 빠져나와 여주, 횡성을 거쳐 평창까지 200㎞ 넘게 달리는 동안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차창을 강하게 때리는 바람소리만 들릴 뿐 이렇다 할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다.

자동차 냄새가 없다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는 얘기다. 좋게 말하자면 정숙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무색무취하다. 내연기관 마니아라면 넥쏘는 오래타지는 못할 듯. 엔진음에 대한 향수병 때문에.

3) 연비 : ★★★☆

연비는 넥쏘의 존재 이유다. 1회 충전 시 달릴 수 있는 거리(항속거리)가 609㎞로 현존하는 수소전기차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한번에 6.33㎏ 수소를 담을 수 있는데, 1㎏당 96.2㎞를 달릴 수 있는 복합연비(17인치 타이어 기준)를 공인받았다.

고속 주행이 많은 코스를 달리면서 계기판에 찍한 실제 연비는 ㎏당 75㎞로 기록됐다. 평창까지 250㎞를 달린 후에도 수소 연료는 50%가 남아 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넥쏘 항속거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소탱크 용량을 키우고 연료를 보다 촘촘히 저장할 수 있는 고효율 전지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이 '약발'을 받으며 당초 개발 단계에서 내걸었던 목표치(580㎞)를 가뿐히 넘어섰다. 현대차 1세대 수소차인 '투싼 ix35'(415㎞)는 물론 경쟁 양산모델로 평가되는 일본 도요타 수소차 '미라이'(502㎞, 미국 환경보호청 공인 기준)와 비교해도 훨씬 길다.

다만 최대 약점인 충전소 부족 문제 때문에 별점을 한 개 깎았다. 5월 기준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16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구용 시설을 걷어내면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7기로 더 쪼그라든다.

정부와 현대차는 수소차 보급을 활성화 하기 위해 올해 36개까지 충전소를 늘리고 2022년까지 310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을 믿는다고 해도 한동안 충전소 부족 문제는 계속될 것 같다.

4) 내부 공간 : ★★★☆

생각보다 괜찮다. 수소차는 특유의 전지 적재 공간 때문에 내부 공간이 좁기로 악명이 높은데 넥쏘는 그렇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수소 저장탱크를 차량 밑에 분산해 깔아두는 등 배치구조를 최적화해 두 토끼를 잡았다. 동급 내연기관 SUV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재 공간(839ℓ)을 확보했다. 이 정도면 실 생활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미래차 콘셉트를 살린 센터페시아도 특이하다. 대부분 편의장비는 버튼식을 채택해 우주선 같은 느낌을 물씬 살렸다. 다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딱히 들지 않는다.

5) 편의장비 : ★★★☆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각종 주행 기술이 눈에 띈다. 현대차가 최초로 적용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을 켜자 차가 스스로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자동으로 달린다. 차안에서 각종 업무에 바쁜 비즈니스맨이라면 유용하게 쓸 만한 기능이다.

차에서 내린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주차, 출차를 도와주는 원격 스마트 주차 기능도 들어있다.

12.3인치 사이즈 고해상도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영사되는 내비게이션 품질도 쓸 만하다. 실시간 수소충전소 정보, 환경개선 기여도, 수소탱크 모니터링 정보 등 수소전기차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 정보를 보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6) 가격: ★★★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일반인이 사기 부담스럽다. 넥쏘는 모던(Modern), 프리미엄(Premium) 2가지 트림이 나왔는데 각각 가격은 모던 6890만원, 프리미엄 7220만원(세제혜택 후 기준)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 225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000만~1250만원(지자체별로 상이함)을 모두 지원받는다면 3390만~3970만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중형 SUV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보조금이 사실상 이미 고갈돼 별점을 한 개 깎았다. 현대차가 누차 예산 확대를 요구했지만 올해 정부 보조금 증액은 이뤄지지 않았다.

7) 총평 : ★★★

넥쏘는 여러모로 괜찮은 차다. 물론 정부 보조금을 받고 3000만원대에 구매하면서 길에서 연료 바닥날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충전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를 전제했을 때 얘기다. 이 부분은 바로 출시 초기 넥쏘가 극복해야할 최대 판매 과제이기도 하다.

[김정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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