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로 맛보는 짐승 스포츠카의 감성 '마세라티 르반떼'

김정환 2018. 4. 12.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쉽게 쓰여진 시승기-52] 얄팍한 스포츠카 마니아라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그야말로 극약이다.

위아래로 부풀어 오른 차체와 둔중한 무게감에 치를 떤다. 개중에는 포르쉐 카이엔 같은 카드가 있지만 이마저 '그저 뚱뚱한 포르쉐'라며 손사래 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모두 SUV 특유의 무게감과 덩치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2018년형 마세라티 르반떼(스포츠유틸리티차량)는 스포츠카 마니아에게도 괜찮은 대안이다.

길이 5m에 무게 5t. 전고도 웬만한 고등학생 키만 한 거대한 차체를 자랑하지만 둔중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보이는 족족 군살을 뺀 철두철미한 육식동물 그 자체다.

최근 뜨거운 피가 철철 흐르는 르반떼 고삐를 잡았다. 서울 양재와 의왕을 거쳐 파주로 이어지는 왕복 110㎞ 코스를 달렸다. 지상을 달리는 거친 상어 같은 이 차의 성적표를 매겨보면 이렇다.

목차

1) 디자인: 날카롭고 아름답다

2) 주행능력 : 밟으면 두 배로 화답하는 거친 심장

3) 내부 공간 :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탈리안 감성

4) 내비게이션 : 대동여지도 수준

5) 가격: 가성비로만 따져보면 답 없음

6) 자율주행 : 럭셔리카치고는 아쉽다

1) 디자인: ★★★★☆

마세라티는 지나칠 정도로 남성적인 차다. 안드로겐(남성 호르몬)이 차고 넘친다. 굵은 선, 근육질 몸체에 쭉 찢어진 눈. 여기에 박힌 큼지막한 삼지창 로고. 이걸로 디자인은 모두 설명이 끝난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거친 감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유의 거대한 신체도 여전하다. 전장이 5m(5005㎜)가 넘는다. 차를 타고 나갈 때마다 주위에서 내리꽂히는 시선은 '기본 옵션'이다.

3m가 넘는 긴 휠베이스로 안정적으로 주행하면서 날카로운 핸들링도 가능해졌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마세라티 경주용 자동차 피를 그대로 계승했다. 전통적인 마세라티 DNA를 충실히 이어받았지만 더 섹시해졌다. 외모는 완벽에 가깝다.

2) 주행능력 : ★★★★☆

1963년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1세대가 나온 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레이싱카 기술은 사라지지 않았다. SUV도 마찬가지다. 3ℓV6 트윈 터보 엔진이 르반떼 심장으로 이식됐다. 최상위 트림인 르반떼S의 경우 최대 430마력(5750rpm)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64㎞다.

혼잡함이 더해지려는 퇴근길 직전 서울 도심을 빠져나가 자유로를 탔다. 이제 르반떼 진면목이 나오는 대목이다. 액셀을 지그시 밟자 그르릉거리는 엔진음이 포효로 바뀐다. 액셀을 밟은 지 5.2초 만에 시속 100㎞에 돌파한다.

계기판 속도계는 세 자릿수로 넘어간 지 오래. 하지만 헐떡대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더 밟아달라고 떼를 쓴다. 땅을 움켜쥐고 앞으로 튕겨나가는 느낌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고속 주행하는 순간에도 코너링은 크림처럼 부드럽다. 훌륭하다.

3) 내부 공간 : ★★★☆

가죽 시트 디테일에는 이탈리아 장인의 느낌이 살아 있다. 뒷좌석은 3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580ℓ로 풍족하다.

다만 마세라티를 보유 중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에 크라이슬러가 합쳐지며 마세라티에서조차 크라이슬러 냄새가 강해지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 마세라티 특유 아날로그 시계는 붙어 있지만 여전히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서는 크라이슬러 냄새가 짙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대목이다.

4) 내비게이션 : ★☆

마세라티 악명을 높이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지형 내비게이션에 약했던 럭셔리 브랜드 기술은 급격히 똑똑해지고 있지만 마세라티는 제자리걸음이다.

요즘 대세인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없다. 첨단 기술만 놓고 보자면 마세라티는 독일 고급차 브랜드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HUD에 익숙해져 있는 고급차 소비자라면 시선 조정하는 데서부터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유감이다.

5) 가격: ★★★

르반떼는 트림별로 1억2440만~1억6590만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콰트로포르테(1억5380만~2억3330만원)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포스를 갖고 있지만 가격은 훨씬 착하게 매겼다.

1억원대 초중반이라면 럭셔리카 고객을 대상으로는 어느 정도 소구할 만한 범위로 판단된다. 다만 HUD, 내비게이션 등 첨단 기술 트렌드에 뒤처진 부분, 언뜻언뜻 드러나는 크라이슬러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는다.

성능은 훌륭하지만 기왕이면 더 싼값에 카이엔을 타겠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6) 자율주행 : ★★★☆

마세라티가 2018년식 르반떼를 내놓으며 역점을 둔 기술 포인트 중 하나다. 럭셔리카 중에는 처음으로 자율주행 2단계에 속하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LKA),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를 적용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쁘지 않다. 운전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최고 속도, 앞차와 간격을 설정하니 스스로 속도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린다.

차가 옆 차선을 넘으려고 하면 스스로 핸들이 움직여 차선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다만 차선이탈 인식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게 아쉽다. 정확히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는 게 아니라 차선을 밟은 뒤에야 이탈을 감지해 원래 차선으로 돌아온다. 자율주행 차선 인식도는 좀 더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7) 총평 : ★★★☆

여러모로 살펴봐도 마세라티는 역시 '감성으로 타는 차'다. 벤츠나 BMW에는 성이 안 차고 강한 인상으로 도로를 휘어잡고 싶은 수입차 마니아라면 구매를 고민할 만하다.

[김정환 산업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