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우버처럼 차량공유 사업 뛰어든 이유는

진상훈 기자 2018. 1.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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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005380)가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세계 3위 카헤일링(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그랩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공유서비스 시장에도 진출을 가속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그랩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그랩은 우버와 달리 운영차량 대상에 택시까지 포함한다./블룸버그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는 완전 자율주행차와 함께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이다. 최근 완성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지만, 공유서비스 시장은 매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개발비용을 줄이는 대신 차량공유서비스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에 대한 현대차의 투자가 향후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장기적으로 공유서비스 기반의 새로운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동남아의 우버’ 그랩과 손잡은 현대차…카헤일링 통해 동남아 진출 가속화

현대차는 동남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그랩에 전략적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앞으로 그랩이 운영하는 동남아 시장내 카헤일링 서비스에 차량을 공급하고 아이오닉 전기차(EV) 등 친환경차를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그랩은 현재 동남아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등록 운전자 수는 230만명, 하루 평균 운행건수는 350만건에 달한다. 그랩은 중국의 디디추싱, 미국의 우버에 이은 세계 3위 업체로 꼽힌다.

현대차는 그랩에 대한 공유서비스 차량 공급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 완성차 시장은 1970년대부터 현지에 진출한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당장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완성차 판매 경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공유서비스를 통해 현지에서의 이용빈도를 빠르게 높일 경우 장기적으로 완성차 판매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 완성차 판매에서 자율주행 시대 공유서비스로 수익구조 변화 ‘신호탄’

그랩과의 협업은 현대차가 50여년간 지속해 왔던 완성차 판매 중심의 수익창출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주행차 상용화 이후 공유서비스를 통한 수익창출로 변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근 완성차 판매량이 정체되고 있는 미국은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서비스가 활성화 돼 있다. 사진은 미국 시애틀 공항에서 카헤일링 차량을 기다리는 사람들/김범수 기자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2020년대 이후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없는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완성차 판매에서 차량공유서비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자율주행차 기반의 공유서비스가 대중화하면 비싼 구입 비용과 유지비를 감수하며 자가용 차를 소유할 필요성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이 개인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할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개발비용을 줄이고 미국의 카헤일링 업체인 리프트와 앞다퉈 손잡은 것에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GM의 경우 리프트 투자와 별도로 차량공유서비스 자회사인 메이븐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뉴욕 등 일부 도시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미국의 산업연구기관 리싱크엑스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자동차 운행대수가 2020년 2억4700만대에서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정착하는 2030년에는 4400만대로 10년간 약 80%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2020년에서 2030년까지 전체 통행량에서 공유서비스차의 비중은 60%에서 95%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그랩을 시작으로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이미 국내 카풀앱인 럭시에 투자한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 전기차를 활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도 출범시켰다. 기아차도 지난해 8월부터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인 ‘위블’을 국내에 선보인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버와 리프트가 활성화 된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최근 현지 카헤일링 업체인 디디추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그랩 등 해외 업체와의 협업은 물론 공유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의 출범 등도 미래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모색해 볼 만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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