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작지만 힘있고 정교한 포르쉐 718 카이맨

변지희 기자 입력 2017. 12. 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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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작년에 카이맨 4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앞에 718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718 카이맨은 기존 카이맨과 달리 6기통 엔진 대신 4기통 터보 엔진이 달렸다. 718은 1957년 르망 내구레이스에서 처음 공개돼 1962년까지 모터스포츠에서 맹활약한 모델인데, 카이맨 앞에 718을 붙여 레이싱카라는 혈통을 강조함으로써 엔진 소형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포르쉐 마니아층을 설득하려 한 것이다.

포르쉐 718카이맨./포르쉐코리아 제공

718 카이맨은 포르쉐의 ‘718 박스터’ 모델과 디자인, 파워트레인(클러치, 추진축, 휠 등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물)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718 박스터가 소프트톱(방수천이나 부드러운 가죽으로 된 개폐식 지붕) 방식의 로드스터(2-3인승의 오픈카)인 반면 718 카이맨은 고정식 지붕을 갖춘 쿠페형 모델이다. 국내에는 지난 4월 출시됐다. 15일 718 카이맨을 타고 서울 시내 곳곳과 경기도 가평까지 약 100㎞를 몰아봤다.

◆악어 카이만(caiman)에서 유래한 이름…작고 유연한 것이 특징

대부분의 스포츠카가 그렇듯 718 카이맨도 오르내리기가 불편했다. 작은 차체 때문에 몸을 구겨 넣듯 차량에 오르고 내릴 때도 낑낑거리며 내려야 했다. 여성 운전자라면 치마를 입고 이 차에 오르내리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첫인상 또한 포르쉐의 다른 차종들보다도 유난히 작고 민첩해보였다. 718 카이맨은 전장(차의 길이) 4379mm, 전폭(차의 폭) 1801mm, 전고(차의 높이) 1281mm로 실제로 포르쉐의 간판 모델인 911 카레라의 전장 4499mm, 911 터보 4507mm에 비해 전장이 약 120~130mm 짧다.

718 카이맨은 이전 모델에 비해서는 전장이 30mm 길어졌고 전고가 10mm 낮아졌다. 전폭은 40mm 늘어나 보다 넓고, 길고, 낮아졌다.

포르쉐 718 카이맨 내부./변지희 기자

포르쉐 차들은 개구리와 닮았다. 특히 동그란 헤드램프는 개구리 눈과 비슷하다. 카이맨도 예외는 아니지만, 이름은 악어에서 따왔다. 중남미에 서식하는 카이만(caiman)이라는 악어로, 작고 유연하고 민첩한 것이 특징인 종(種)이다.

차 중앙에는 터치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라디오, 블루투스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차량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내비게이션의 정보가 계기판에도 동시에 표시된다. 보통 수입차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경우 작동이 불편하고 해상도도 떨어지는데, 718 카이맨에 탑재된 시스템은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이 모두 포함돼 있고 작동도 어렵지 않아 부족함이 없었다.

◆ 코너링 때도 안정적인 주행감

몸을 구겨 넣듯 탄 것만큼 시트 위치도 매우 낮았다. 일반 세단과 비교하면 시야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시보드가 쭉 뻗어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렵지는 않다. 직선을 강조한 대시보드 때문에 우아함보다는 스포티한 느낌이 들었다. 부드러운 가죽과 크롬 소재로 마감한 스티어링휠도 스포티함이 느껴졌다.

1열, 2인승 모델인데도 비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운전석이든 조수석이든 체격이 큰 사람이 앉더라도 답답하지 않을 것 같다. 시트는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4인승인 포르쉐 파나메라의 경우 시트가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듯한 느낌이 들었던 반면 718카이맨은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포르쉐 718 카이맨./포르쉐코리아 제공

다른 포르쉐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718 카이맨 역시 시동키를 꽂는 곳이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다. 이는 레이싱 경기에서 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가 왼손으로 열쇠를 꽂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하도록 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 방식은 모든 포르쉐 모델에 적용된다.

시동을 걸자 차가 곧바로 튀어나갈 것처럼 강력한 엔진음이 들렸다. 이 엔진음은 곧 잦아들었다가 주행 중 다시 높아진다. 엔진회전수에 따라 크기가 다른 엔진음이 끊임없이 들리는데 이 차의 매력도를 배로 높여줬다. 기통 수가 4기통으로 줄고 터보까지 붙어 예전의 배기음이 많이 죽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주행성능은 뛰어났다. 신형 4기통 수평대향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해 최대 출력 300마력과 최대토크 38.7 kg.m의 성능을 낸다. 가속페달을 꾹 밟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계기판을 보니 시속 100㎞가 훌쩍 넘어 있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7초. 718 카이맨 S 모델의 경우는 2.5리터 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42.8 kg.m의 성능을 낸다.

속도와 힘뿐 아니라 코너 주행 시에도 정교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보인다. 고속으로 코너링을 해도 흔들림이 없고 더도 덜도 없이 스티어링휠을 움직인 만큼만 조향한다. 악어에서 따온 카이맨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안정감은 엔진이 중앙에 있어 균형이 더 잘 잡히기 때문인데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수퍼카 브랜드들도 이러한 이유로 엔진을 중앙에 놓는다.

크루즈컨트롤 기능 등 ADAS 기능은 탑재돼있지 않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9.4㎞지만 실제 계기판에는 리터 당 5~7㎞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국내 판매 가격은 7800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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