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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기아차 리콜 '높은 벽'..세타2 엔진 결함 3%만 교체

김준 선임기자·김원진 기자 입력 2017. 11.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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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지나치게 까다로운 엔진 교체 기준…리콜 실효성 의문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지만 실제 리콜 이행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로 엔진을 교체한 비율도 3%에 불과했다.

현대·기아차가 자체적으로 정한 엔진 교체 기준이 높기 때문으로, 자발적 리콜 조치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세타2 엔진의 주행 중 엔진 꺼짐 현상으로 정부의 리콜 명령이 예상되자 자발적 리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실시한 현대차 그랜저와 쏘나타(YF) 및 기아차 K7, K5, 스포티지 등에 사용된 세타2 엔진의 리콜 이행률이 9월 말까지 47.6%에 머물러 있다.

10월 이후 이행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콜된 차량 가운데 과도한 소음 등의 결함으로 엔진을 교체한 비율은 3%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콜 대상은 5개 차종 17만1348대로, 이 가운데 5100대 정도만 엔진을 바꾼 것이다.

엔진 교체 비율이 미미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정한 교체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리콜 차량이 블루핸즈 등 자사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엔진 소음을 확인하고 엔진 내 이물질 분석을 위해 엔진오일도 교환한다. 소음 측정은 엔진을 가동한 상태에서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소음 측정 장비로 하는데, 적정 ㏈(데시벨)보다 높거나 특정 주파수 대역이 강조될 때 교체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음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리콜 차량 대부분이 정상 판정을 받고 있다. 최근 세타2 엔진 리콜을 위해 현대차 서비스를 찾은 한 차주는 “엔진 소리가 아주 거칠고 때때로 깨지는 듯해 리콜을 받으러 갔는데도 소음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 엔진오일만 뽑고 그냥 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엔진 소음 측정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마이크와 유사한 장치를 오일 체크 게이지 구멍에 넣은 뒤 엔진을 2000rpm 안팎으로 돌리는데, 정상이면 이 장치와 연결된 단말기에 ‘PASS(정상)’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엔진 교체를 위한 소음 기준과 점검 중인 엔진의 소음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는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상·비정상만 통보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타2 엔진 리콜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돼 관련 법률을 검토한 결과 엔진 교체에 해당되는 소음 등 각종 기준치는 기업비밀에 해당되며, 공익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소음 측정과 함께 리콜 차량의 엔진 내 이물질 분석도 함께 실시하는데,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가량 걸리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는 세타2 엔진 리콜 과정에서 불거진 소비자 불만을 ‘리콜 적정성 조사’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엔진 교체 기준이 적정한지 등 세타2 엔진 리콜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다음달이면 적정성 검토에 대한 결론이 나오는 만큼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리콜 기준이나 대상, 방법을 현대·기아차에 권고하고, 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리콜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타2 엔진 리콜을 위한 소음 측정 방식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당 엔진을 리콜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면서 “미국 교체율도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김원진 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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