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ATS-V - 폭력성과 우아함을 겸비한 스포츠 세단

김학수 2017. 11. 23.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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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스포츠 세단의 아이콘이라고 한다면 아마 다들 BMW M3나 메르세데스-AMG의 C 63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캐딜락 ATS-V를 만난 이후 캐딜락 ATS-V를 먼저 생각하는 ‘변종’이 되어 버렸다.

지난 여름 만났던 ATS-V는 강렬했다. 특히 V6 3.6L 트윈터보 엔진에서 발산되는 470마력, 61.4kg.m의 폭력적인 출력과 부드러움과 역동성을 겸비한 8단 변속기, 그리고 캐딜락의 강력한 드라이빙을 완성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등은 브랜드의 인지도 아래 가려진 보석과 같았다.

그리고 2017년 11월, 다시 한 번 ATS-V를 만났다.

이상적인 M 킬러

ATS-V의 여가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캐딜락은 ATS의 고성능 모델이자 캐딜락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V 시리즈 최초의 컴팩트 모델인 ATS-V를 공개했다.

개발 단계에서 이미 BMW의 M3와 M4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만큼 공개와 함께 ATS-V는 동급 최고 수준의 강력한 퍼포먼스으로 시장의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실제 드라이빙 퍼포먼스는 M과 AMG을 압살하는 경이로움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M과 AMG는 컴페티션 패키지와 CS, 그리고 AMG S 등을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캐딜락은 ATS-V를 한국시장에 투입했다. 경쟁 모델 대비 20% 가량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력한 성능을 과시한 ATS-V는 올 시즌에는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인 슈퍼레이스에서 스톡카를 이끄는 세이프티카로 활약하고 있다.

과격한 폭력성이 담긴 ATS-V의 디자인

캐딜락 ATS-V는 고성능 모델임을 과시하는 듯한 과감하고 공격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4,690mm의 전장과 1,830mm의 전폭, 그리고 1,425mm의 낮은 휠베이스는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참고로 휠베이스는 2,775mm로 기반이 되는 ATS의 체격을 그대로 이어가고, 공차중량은 1,735kg이다.

역동적인 비례감을 가진 차체에는 V 시리즈 고유의 감성이 드러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큼직한 프론트 그릴은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를 품은 바디킷을 입기 위해 그 높이 줄이고 메쉬 타입의 그릴로 변경해 스포티한 감성을 더욱 강조했다. 바디킷 에는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스플리터가, 보닛에도 카본 파이버 파츠로 마감된 파워돔을 얹었다.

캐딜락 ATS-V의 디자인은 캐딜락에게 꽤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기능을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현존하는 캐딜락 중 가장 높이가 낮은 프론트 그릴을 적용하면서도 캐딜락의 감성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최근 세로형 라이팅 외에 가로형 라이팅 등을 테스트하며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고 있는 캐딜락인 만큼 이 프론트 그릴은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예상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만큼 ATS-V는 국내 시장에 세단 모델만 들어왔다. 세단과 쿠페의 디자인을 차별화한 캐딜락 입장에서는 더 역동적이고 세련된 ATS-V 쿠페를 선보이지 못한 셈이다.

측면은 캐딜락 고유의 라인을 강조하면서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도어 패널 상단과 하단에 라인을 넣어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했고 V 시리즈를 상징하는 엠블럼을 추가로 적용했다. 그리고 사이드 스커트 역시 공기역학을 고려해 더욱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구성해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강조했다. 물론 브레이크 캘리퍼가 돋보이는 휠과 고성능 타이어 역시 여기에 힘을 더한다.

후면은 캐딜락을 상징하는 V의 실루엣을 담아냈다. 예리하게 그려진 라인을 기준으로 좌우로 뻗어 나간 라인들은 모두 날카롭게 성형되어 캐딜락 고유의 ‘엣지’를 잘 살렸다. 여기에 대구경 배기 시스템을 적용하고 마치 수직으로 서 있는 듯한 립 타입의 스포일러를 더해 고출력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참고로 이 립 타입 스포일러는 후륜에 얼마나 많은 다운포스를 필요로 하는지, ATS-V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요소라 할 수 있다.

ATS를 완성하는 실내 공간

ATS-V의 실내 공간은 기본 모델이라 할 수 있는 ATS의 실내 공간을 고스란히 사용했다. 이는 하나의 장점과 하나의 단점을 드러낸다.

먼저 장점이라고 한다면 완성도 높고, 고급스러운 ATS의 감성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것이다. 고급스러움과 안정감이 돋보이는 듀얼콕핏 레이아웃에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이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 그리고 마그네슘에 크롬을 씌운 패들 쉬프트, CUE가 적용된 디스플레이 및 고급스러운 소재를 더한 실내 공간은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다만 ATS 이상의 무언가가 없다는 점이다. 스웨이드, 카본 파이버 등의 소재가 더해졌다고는 하지만 ATS와의 차이를 크게 벌리지 못하고, 또 계기판의 경우 RPM 게이지의 시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캐딜락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UE가 적용된 디스플레이 패널을 장착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편의 사양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빠르고 손쉬운 사용성을 자랑하며 또 내비게이션을 시작으로 블루투스 및 다양한 기능 등이 마련된 점 역시 강점으로 드러난다.
캐딜락 ATS-V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드라이빙’에 집중했다. 그런데 좀 과도했다.

컴팩트 스포츠 세단 모델에서 과도할 정도로 완벽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하기 위해 레카로에서 제작한 16-웨이 전동 스포츠 시트를 마련한 탓에 1열 공간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아마도 현존하는 컴팩트 등급의 차량 중에서 단연 톱 티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레그룸이나 헤드룸 역시 충분히 확보된 덕에 체격을 가리지 않고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2열에 있다. 1열 공간에 대대적인, 어쩌면 과욕 수준의 투자를 한 탓에 가뜩이나 좁은 ATS의 2열 공간의 효용성이 대폭 저하됐다. 사실 2열 시트의 구성이나 착좌감 등은 무척 만족스럽지만 레그룸과 헤드룸이 워낙 비좁아 경쟁 모델 대비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결국 기자는 ATS-V의 2열 시트를 ‘수납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캐딜락 ATS-V는 명실공히 ‘달리는 것이 목적인 차량’이다. 하지만 세단이고, 또 트렁크 게이트가 존재하여 295L의 적재 공간을 마련한다. 참고로 295L의 용량은 그리 만족스러운 용량도 아니고,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M3나 AMG C 63에 비해 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량의 성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치다.
순정 300km/h에 도달하는 ATS-V의 퍼포먼스

캐딜락 ATS-V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470마력에 이르는 V6 3.6L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V 시리즈 및 차세대 캐딜락을 위해 새롭게 설계된 이 엔진은 470마력에 걸맞은 61.4kg.m의 강력한 토크를 자랑한다. 경쟁 모델들은 물론 M 컴페티션 패키지 혹은 AMG S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최신의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을 이뤄 후륜으로 모든 출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캐딜락 ATS-V는 단 3.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며 최고 속도는 무려 302km/h에 이른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8.1km/l(도심 7.0km/l 고속 10.2km/l)를 달성했다.

압도, 그 하나로 표현되는 드라이빙

캐딜락 ATS-V를 전달 받으면서 시승차 담당자에게 한 가지 유의 사항을 전달 받았다. 기자의 시승이 있기 전, 서킷에서 캐딜락 고객 등을 대상으로 택시 드라이빙을 한 탓에 타이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마른 노면은 몰라도 젖은 노면에서는 그립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의 사항을 전달 받고, 캐딜락 ATS-V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시인성이 다소 부족한 계기판은 아쉽지만 이상적인 수준의 스포츠 시트와 그립감을 살린 스티어링 휠이 기자를 맞이하며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걸면 V6 엔진이 꽤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 무게감이 돋보이는 배기음을 토해내냈다.

차량을 움직이기 전 혹시 몰라 주변을 한 번 더 살펴봤다. 주변의 차량이 없음을 확인하고 ATS-V의 엑셀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았다. 타이어가 노면을 살짝 놓치는 듯 하더니 곧바로 다시 아스팔트를 움켜쥐고 470마력과 61.4kg.m의 토크를 말 그대로 뿜어냈다.

발진을 시작한 ATS-V의 움직임을 폭력적이고 과격했다. 마치 운전자에게 여유초자 허락하지 않겠다는 격렬함이 드러난다. 이전의 시승에서 밝혔던 것처럼 마치 공간을 자르는 듯한 날카롭고 폭발적인 가속감이 전해진다. 그 강렬함에 시트로 밀려났고, 레카로의 시트는 그런 기자의 몸을 확실히 지지해줬다.

RPM이 상승하고 속도가 올라가면 약간의 아쉬움이 드러난다. 경쟁 차량들이 고막을 울릴 정도로 우렁찬 사운드를 선사하는 것에 반해 ATS-V의 사운드는 그 정도의 강렬함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과격하고 공격적인 감성이 드러나긴 하지만 가슴을 두드리는 그런 경정은 없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차량을 소유하게 된다면 배기 시스템의 튜닝을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될 것 같았다.

대부분의 리뷰어 및 기자들이 ATS-V의 변속기에 대해 아쉬움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는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물론 변속 후 출력이 연결되는 직결감이 경쟁 모델 대비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속 상황에서 불필요한 충격이나 ‘과장된 연출’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되려 주행 시 방해 요소가 될 우려가 있다.

ATS-V의 변속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분들이 독일, 특히 M과 같이 변속 시 과장된 연출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변속 시 이렇게 충격을 억제하는 것이 더욱 대단한 기술이라 생각한다. 즉, ‘이토록 강력한 출력이 단 번에 연결되는 데에도 차량에 아무런 충격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기술이라는 것이다.

강력한 출력은 ATS-V의 큰 매력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도 견고한 차체와 출력을 여유롭게 다루는 뛰어난 브레이크 시스템 그리고 캐딜락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MRC의 조화라 할 수 있다. 타이어 상태가 나쁜 것을 감안한 상태에서 과격한 출력을 십분 발휘해도 운전자에게 스릴처럼 전해지는 불안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출력 보다 더 강한 차체, 하체가 뒷받침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성은 마치 ATS-V가 경쟁 모델보다 재미 없는 것처럼 느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세세하게 따지고, 하나씩 기록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ATS-V가 선사하는 드라이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낄 수 있다 특히 ‘기술의 완성도’에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똑똑한 eLSD와 가장 진보된 서스펜션 시스템 MRC가 인간의 의지를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주행에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안정감을 연출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가변하는 서스펜션의 반응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드라이빙 라인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캐딜락 ATS-V의 움직임은 운전자의 의지를 100% 반영하는 방식도 아니고, 인간과 전자제어의 조합을 통해 최적의 결론을 내고자 하는 특성 탓에 운전자가 미숙하거나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 기능을 100%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캐딜락 ATS-V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미래를 말하는 것 같았다. 과거의 드라이빙은 어쩌면 운전자가 기계를 이끄는 방식이었다면 캐딜락 ATS-V는 마치 운전자와 기계의 기능이 서로를 인정하고 백업하며 더 강력한 드라이빙을 완성하는 모습이었다.

좋은점: 세련된 디자인, 압도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존재감

안좋은점: 좁은 2열 공간 및 적재 공간,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한 인지도

압도적 존재, 캐딜락 ATS-V에 거는 기대

캐딜락 ATS-V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경쟁 모델들이 어느새 한 번의 발전을 이뤄냈다. AMG는 출력을 개선한 AMG S를, BMW는 컴페티션 페키지와 CS를 선보이며 출력을 끌어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캐딜락 ATS-V도 한 번 더 주먹을 내지를 때가 되었다. 과연 캐딜락 ATS-V는 어떤 발전을 이뤄낼지 기대를 하며 이번 시승을 마무리 한다.

김학수 (rap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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