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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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캐딜락을, 특히 고성능 라인업인 V 시리즈를 시승 할 때면 주변에서 쏟아지는 질문이다. 기자는 그 질문에 지겹다는 듯, “응, 훨씬”이라고 답한다. 그 이야기에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의 질문자는 수 초의 고민을 한 후 AMG 혹은 M 사이에서 다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본 기자는 실 없는 미소를 짓고는 다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다.
캐딜락, 그리고 V 시리즈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ATS-V를 보고 탈 때 마다 ‘이렇게 빠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차량이 국내 고성능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점’이 참 황당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가치를 그 동안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캐딜락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또 아주 앞뒤가 안맞는 일도 아닌 것 같다.
2017년 여름의 끝자락, 캐딜락 ATS-V를 무척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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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캐딜락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캐딜락 ATS-V는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존재다. 고성능스포츠카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M보다 싸면서 M보다 빠른 차량’이다. 실제로 캐딜락 ATS-V는 2017년 현재에도 1억이 채 안 되는 8,020만원부터 시작하는 차량으로 카마로 SS와 함께 ‘가격 대비 성능이 출중한 차량’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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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후륜으로 출력을 전하는 캐딜락 ATS-V는 정지 상태에서 단 3.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압도적인 가속력과 순정 상태에서 최고 속도를 300km/h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주행 성능을 갖춰 M3, M4는 물론 AMG 계열도 긴장시키는 강렬함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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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캐딜락 ATS-V를 좋아하는 건 속칭 ‘브랜드 빨’도 존재하지만 역시 드라이빙의 매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흔히 미국 차량을 떠올리면 멍청할 정도로 출력을 끌어 올리고 가속력에만 ‘몰빵’한 주행 성능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이 차량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미국차의 감성을 담은 그릇 아래 유럽의 고성능 스포츠카들보다도 더 유럽의 스포츠카 같은 감성을 응집시킨 모습이다.
먼저 가속력, 캐딜락 ATS-V의 타이어와 엔진 등을 충분히 달군 후 엑셀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았다. 둔중함 따위는 없는, 마치 공간을 자르는 듯한 날카롭고 폭발적인 가속감이 전해진다. 기자의 몸은 곧바로 ATS-V에 탑재된 레카로 시트와 하나가 되는 듯 하고, 시트는 자신 있다는 듯 기자의 몸을 확실히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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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속도를 높이면 속도를 쉽게 떨어뜨리긴 어렵다. 폭발적인 토크감과 나름대로의 사운드,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ATS-V의 진면모를 확인한 만큼 그 출력을 100%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덕분에 ATS-V를 시승하는 내내 자꾸 속도를 높이려는 무의식과 싸우는 기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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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V의 변속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분들이 독일, 특히 M과 같이 변속 시 과장된 연출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변속 시 이렇게 충격을 억제하는 것이 더욱 대단한 기술이라 생각한다. 즉, ‘이토록 강력한 출력이 단 번에 연결되는 데에도 차량에 아무런 충격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기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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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ATS-V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더라도 운전자는 쉽게 불안감을 느끼거나 등골이 서늘한 긴장감을 느끼긴 어렵다. 때문에 자칫 ATS-V가 경쟁 모델보다 둔하게 느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세세하게 따지고, 하나씩 기록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ATS-V가 선사하는 드라이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낄 수 있다.
견고함을 기반으로 일체된 eLSD와 가장 진보된 서스펜션 시스템 MRC가 인간의 의지를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캐딜락 ATS-V의 움직임은 운전자의 의지를 100% 반영하는 방식도 아니고, 인간과 전자제어의 조합을 통해 최적의 결론을 내고자 한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속 등장하는 미래적인 레이스카가 이런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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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우수한 브레이크 시스템도 덤이다. ATS-V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사용하기 편한 답력 세팅과 꾸준한 제동력은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뉴트럴한 페달 세팅은 섬세하고 완벽한 조작을 지원하고 연이은 하드 브레이크에도 결코 제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실제로 ATS-V는 아무런 세팅 없이 서킷을 수 랩을 맹렬히 달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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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캐딜락 ATS-V가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붉게 물든 계기판은 시인성이 부족하며 알칸타라로 도배된 쉬프트 레버와 스티어링 휠 그리고 고성능 모델에 적합한 레카로 버킷 시트를 제외하면 ATS와의 차별점을 크게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그리고 고급스럽게 구성된 실내 공간은 그 자체로도 만족스럽지만 공간의 여유가 부족해 2열 공간의 여유가 심각하게 결여된 점은 ATS-V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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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캐딜락 ATS-V도 어느새 데뷔한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고, 또 경쟁 모델들이 AMG S 및 M 컴페티션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상품성 개선을 거친 만큼 캐딜락에서도 ATS-V의 가치를 한 번 더 담금질하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더해본다.
김하은 (h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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