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세단 캐딜락 CTS-V 매력과 아쉬움의 교차로

우제윤 입력 2017. 8. 30. 15:04 수정 2017. 8.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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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승기-21] 600마력 넘는 괴물 패밀리세단... 팔색조 매력 CTS-V

1) 디자인: 알칸타라로 도배했네

2) 주행능력 : 648마력의 위용

3) 승차감 : 퍼포먼스세단과 패밀리세단 조화의 어려움

4) 편의·안전사양: 아쉬운 반자율주행 기능

5) 가격: 비싸지만 경쟁력은 있다?

6) 연비: 높은 유지비는 각오해야

국내에서 미국 브랜드 이미지는 뭘까. 크고 웅장하지만 그만큼 둔하고 주행 능력 면에서는 독일 브랜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아직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캐딜락의 고성능 모델 CTS-V는 이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만들어진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TS-V의 V는 고성능 모델을 의미한다. BMW의 M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와 같은 의미다. 대놓고 독일 BMW의 고성능 모델 M5를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만들어진 이 차는 뛰어난 주행 성능과 엄청난 스펙으로 작년 9월 우리나라에 등장했다.

지난주 이 차를 타고 도심과 고속도로 114㎞를 달려봤다.

1) 디자인: ★★★☆

기본이 되는 CTS 모델과의 가장 큰 차이는 일단 크기다. CTS는 길이, 폭, 높이가 각각 4965㎜, 1835㎜, 1440㎜인데 CTS-V의 길이와 폭, 높이는 5020㎜, 1865㎜, 1445㎜다. 그럼에도 실내공간에는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지엠코리아 측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고속에서도 더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품들이 들어가다 보니 차체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이점은 공기 흡입구(에어 인테이크)다. 마치 상어 아가미처럼 생긴 공기 흡입구가 차량 보닛에 자리잡고 있으며 차 양쪽 측면에도 흡입구가 달려 있다. 600마력이 넘는 고출력을 자랑하는 심장을 갖고 있다보니 그만큼 더 많은 공기가 필요해서다.

CTS-V의 외관 디자인. 보닛에 상어 아가미처럼 생긴 공기 흡입구가 보인다. /사진제공=지엠코리아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급차 내부 인테리어로 자주 쓰이는 '알칸타라'다. A필러(자동차의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사이드미러가 장착된 부분 )부터 좌석, 천장, 운전대, 기어까지 알칸타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해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렸다. 오히려 대시보드(운전석과 조수석 정면에 있는 운전에 필요한 각종 계기가 달린 부분) 부분에는 알칸타라가 별로 쓰이지 않아 좀 의아했다.
CTS-V의 내부 인테리어 /사진제공=지엠코리아
2) 주행능력 : ★★★★★

8기통 가솔린 엔진에 최고 출력 648마력과 최대토크 87.2㎏·m의 강력한 스펙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주행성능은 뛰어나다. 이 차의 공차중량은 1895㎏인데 같은 브랜드의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공차중량 2650㎏)의 최고출력 426마력보다도 높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시간)은 3.7초에 불과해 웬만한 슈퍼카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결합돼 부드러운 가속도 이뤄진다. 시동을 걸 때부터 '부릉'하는 엔진음이 남달랐다. 마치 빨리 가속페달을 밟으라고 재촉하는 듯한 소리다.

CTS-V에는 투어 모드와 스포츠 모드, 트랙 모드, 스노 모드 등 4개의 모드가 있는데 백미는 물론 트랙 모드다. 기어 옆의 버튼만 2번 누르면 일반 모드인 투어 모드에서 편리하게 트랙 모드로 전환 가능하다. 가속페달을 밟자 '부아앙'하는 엔진음이 커지면서 급격하게 속도가 올라갔다. 시속 110㎞를 넘겨도 힘이 부족한 느낌은 전혀 없었고 밟으면 밟는대로 나가는 느낌이라 가속페달을 밟기가 무서울 정도다.

제동성능과 코너링 같은 기본적 성능 역시 뛰어나다. 시속 80~90㎞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아도 밀리는 느낌 없이 차가 잘 섰고 코너링 역시 머리 속에 생각한 경로대로 차가 움직였다.

3) 승차감 : ★★★

개인적으로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주행성능 면에서 스포츠카 감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패밀리세단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높은 퍼포먼스 성능을 가졌으면서도 뒷좌석이 아이들을 태울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둘을 완벽하게 조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제작사는 40%나 더 빠르게 반응하는 마그네틱라이드컨트롤(Mignetic Ride Control)을 탑재해 시속 100㎞로 주행 시에도 도로의 노면상태와 가속, 제동과 같은 운전자의 조작까지 감지해 최적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행 시 뒷좌석 승차감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서스펜션도 개인적으로는 독일 고급 브랜드에 비하면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오래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4) 편의·안전사양: ★★★

요즘 트렌드인 반자율주행 기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전방 추돌 경고, 앞 차량과 거리 표시 기능,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차선 변경 경고 등 기본적 기능만 있다

달리는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차이니 당연하다고 이해는 가지만 1억원이 넘는 차에 패밀리세단으로도 사용 가능한 만큼 반자율주행 기능이 더 잘 갖춰져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느낌이다.

다만 안전 경고를 시트 진동을 통해서 해주는 캐딜락의 햅틱 시트 기능은 여전히 편리하다. 또 평행 주차뿐만 아니라 T-자형 주차도 가능한 자동 주차 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한다.

또 터치스크린을 통해 직관적으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파노라마 선루프도 있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달리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5) 가격: ★★★

CTS-V의 가격은 1억1560만~1억3060만원이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3초대 제로백에 최고출력이 600마력이 넘는 차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가격이다.

경쟁 차량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제작사가 경쟁 차량으로 꼽고 있는 BMW M5의 경우 가격이 1억4000만원대란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싼 편이다.

6) 연비: ★★

이 차의 복합연비는 6.7㎞/ℓ(도심 5.7㎞/ℓ, 고속도로 8.6㎞/ℓ)로 저조한 편이다. 114㎞를 달리면서 실제 연비는 4.9㎞/ℓ로 더 낮았다. 도심구간을 주로 달린데다 고속도로에서는 급가속을 한 탓이다.

최고출력 600마력이 넘는 차를 타고 경제속도로만 달릴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니 공인 복합연비는 사실상 의미 없는 숫자기는 하다. 하지만 이 차에는 고급 휘발유가 들어간다. 낮은 연비에 고급 휘발유까지 들어가 유지비는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총점★★★★

뛰어난 스펙에 제로백 3.7초의 성능은 달리는 재미가 뭔지 알게 해준다. 그럼에도 패밀리세단으로도 쓸 수 있는 차가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는다. 달리는 재미와 함께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아빠들에겐 현실적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국내에서는 언제나 독일 브랜드보다 저평가를 받는 미국 브랜드인데다 BMW M5 등 경쟁 차량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우제윤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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