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 신형 i30 1.4 터보, 아반떼 보다 좋은 웰 메이드 해치백

한상기 2017. 2. 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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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형 i30은 기대 이상의 상품성을 갖췄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에 이르기까지 달리기 위한 요소가 잘 세팅돼 있다. 1.4 터보의 동력 성능은 2.0 자연흡기보다 낫고, 7단 듀얼 클러치와의 매칭도 좋다. 서스펜션은 i30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1.4 터보의 노멀 서스펜션이 아반떼 스포츠의 튜익스보다 낫다. 차를 타보면 아반떼보다 좋은 차라는 느낌이 절로 든다. 브레이크 성능도 대단히 좋다.

i30은 현대의 유럽 시장 전략형 모델이다. 해치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차이고, 현대 유럽의 주력 모델이기도 하다. 2007년 데뷔 이후 유럽에서는 꾸준한 판매를 보이고 있다. i30은 어느덧 3세대로 진화했다. 작년 말에 출시된 3세대는 현대의 새 패밀리룩과 신형 1.4 터보 엔진이 처음 적용됐다는 의미도 있다.

신형 i30의 외관은 확 달라졌다. 느낌으로만 본다면 2세대까지 갖고 있던 젊은 감각 대신 좀 더 중후함을 추구했다고 해야겠다. 다른 말로 하면 기존의 젊은 마스크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인데, 많은 신차들처럼 시간이 흐르면 눈에 익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관에서 가장 눈이 가는 부분은 역시 그릴이다. 신형 i30은 현대의 캐스케이딩 그릴이 처음으로 적용된 차다. 그릴 자체는 특징적인 디자인이고, 고급감도 느껴진다. 차체 사이즈는 4,340×1,795×1,455mm, 2,650mm으로 구형 대비 전장은 40mm, 전폭은 15mm가 늘어났다. 많은 신차들에게서 볼 수 있듯 전장과 전폭은 늘리고 전고는 낮췄다. 따라서 좀 더 와이드한 실루엣이 나온다.

전면만큼은 아니지만 후면의 디자인도 꽤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현대 엠블렘과 트렁크 손잡이 사이의 접힌 모습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리어 엔드를 측면에서 보면 디테일이 보다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1.4T의 머플러는 싱글이지만 스포츠 이상의 트림에서는 듀얼 머플러가 적용된다.
타이어는 넥센의 엔프리즈 AH8, 사이즈는 225/45R/17이다. 서스펜션을 비롯한 하체의 성능을 생각할 때 타이어는 아쉬운 점이 있다. 참고로 신형 i30의 알로이 휠은 기본 사이즈가 16인치, 최대 18인치를 고를 수 있다. 튜익스 패키지에서는 OZ와 레이스 휠이 제공된다.
i30은 실내부터 아반떼보다 급이 높은 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더 좋기도 하지만 소재도 급이 높다. 대시보드를 이루는 플라스틱도 몇 가지를 혼합해 사용했고, 도어 트림의 소재 및 색상에서도 차별화를 이룬다. 전체적인 실내 구성이 아반떼보다 좋다. 참고로 시승차의 실내는 인디고 블루 색상이다.
그랜저IG에 이어 i30에도 돌출형 모니터가 적용됐다. 그랜저보다는 못하지만 일부 수입차보다는 조립 상태가 좋다. 일부 수입차에 적용된 돌출형 모니터의 경우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랜저와 비교하면 i30의 모니터는 조립의 견고함이 약간 떨어지고, 간헐적으로는 소리도 발생한다.

주로 사용하는 버튼은 양쪽에 배치했다. 많은 현대차들이 그렇듯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곧바로 이동하고, 그랜저처럼 페이지 이동은 좌우로 한다. 우측에 있는 맵과 내비 버튼은 손에서 약간 멀게 느껴진다. i30은 모니터 위치가 어색하긴 하지만 눈에는 잘 들어온다. 일반적인 모니터보다 높게 배치됐기 때문이다.

그랜저와 비슷한 것 중 하나는 비상등 버튼이다. 실내의 다른 부분 대비 비상등 버튼이 유독 튄다. 나쁜 쪽으로 눈에 띄기 때문에 아쉬울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현대차와 달리 도어 록 버튼이 센터페시아, 그러니까 비상등 버튼 바로 아래에 배치돼 있다.

간결한 디자인의 공조장치는 눈에 잘 들어온다. 각 버튼의 조작감 및 온도 조절 다이얼의 작동감도 좋다. 기어 레버 앞에는 괜찮은 용량의 수납 공간도 마련된다. 이 수납 공간은 무선 충전을 겸하고, 안쪽에는 12V와 USB, AUX 단자도 마련돼 있다. 참고로 i30의 키도 비슷한 급의 현대차는 물론 그랜저보다도 좋아 보인다.
기어 레버는 수동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기어 레버 양쪽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운전대 열선, 시트 통풍과 열선이 배치돼 있는데, 운전 중에는 드라이브 모드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이와 함께 컵홀더도 덮개가 꽤나 고급스럽다. 작동이 부드러운 것은 물론 덮개 자체도 두껍다. 2개의 컵홀더는 크기와 깊이도 다르고, 측면에 있는 길쭉한 수납공간도 유용해 보인다. 센터콘솔 박스에는 12V가 하나 더 마련된다.
운전대는 i30에 맞는 적당한 지름이다. 림은 손에 잘 잡히는 편이고, 스포크에 마련된 각 버튼들의 작동감도 좋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사용의 만족감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계기판은 다른 실내에 비해 평범하지만 시인성은 좋다. 그리고 액정의 세부적인 메뉴는 기존 현대와 거의 동일하다. 아반떼와 달리 순간 연비는 숫자로 표시된다.
시트 역시 아반떼는 물론 상급의 차종보다도 착좌감이 우수하다. 몸을 잡아주는 기능이 좋고, 허리도 자연스럽게 받쳐준다. 거기다 이지 액세스 기능까지 있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포지션이 좀 더 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참고로 동반자석 시트는 높낮이 조절 기능이 없다.
도어 트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도어 포켓이다. 도어 포켓은 폭도 넓지만 구획을 3개로 나눠놨다. 아주 실용적으로 보인다. 거기다 i30은 유리가 4개 모두 상하향 원터치가 적용됐다. ‘유럽’ 시장을 위한 차답다. 그랜저만 해도 1열만 상하향 원터치 유리가 적용됐다.
2열은 성인 남자가 앉았을 때 무릎과 앞시트 사이에 주먹이 하나 반 정도 들어간다. 등받이는 곧추선 편인데 트렁크 용량을 좀 더 넓히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머리 위 공간은 아반떼보다 약간 더 여유가 있다. 2열 역시 시트 자체는 편하고, 암레스트 컵홀더에 쓰인 컵홀더 플라스틱의 질감도 괜찮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395리터로, 구형 대비 17리터가 늘어났다. 요즘은 C 세그먼트 해치백의 평균적인 트렁크 용량도 커지는 느낌이다. 트렁크에는 물건을 고정할 수 있는 그물이 마련됐으며, 바닥 커버 하부에도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 스페어 타이어 대신 펑처 키트가 있다. 2열 시트 폴딩 시 풀 플랫은 되지 않는다.
파워트레인은 1.4 직분사 터보와 7단 듀얼 클러치로 조합된다. 새로 개발된 1.4 터보 엔진의 최고 출력은 140마력, 최대 토크는 24.7kg.m으로, 2리터 자연흡기도 대체할 수 있는 힘이다. 최대 토크는 1,500~3,200 rpm 사이의 넓은 구간에서 나온다.

i30 1.4T은 저속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주행 질감 자체가 고급스럽고 엔진과 변속기의 매칭이 좋다. 물론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특유의 울컥거림이 있다. 이 울컥거림은 저속에서, 그리고 킥다운 시 발생한다. 보편적으로 보면 승차감을 저하시키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는 않다. 기본적인 주행 질감이 좋기 때문에 납득할 만한 부분이다. 간헐적으로는 기어 선택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현대의 7단 DCT는 이미 여러 차에서 경험한바 있는데, i30이 가장 스포티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저속에서 물리는 느낌이 더 강하고, 고회전까지 최대한 동력을 전달한다. 반면에 같은 변속기의 다른 현대차 대비 저속에서는 소음이 좀 더 있다. 그러니까 진동, 소음에 관대한 유럽 시장을 고려한 세팅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30의 7단 DCT는 만족도가 높다. 소위 말해 엔진과 좋은 짝꿍을 이룬다.

성능이 궁금했던 1.4 터보 엔진은 기대 이상이다. 1.6 자연흡기와는 비교할 레벨은 아니고 2.0 자연흡기의 대체 엔진에 더 어울린다. 제원상 최대 토크는 1,500 rpm에서 나오지만 실제로는 지체 현상이 좀 있긴 하다. 2,000 rpm부터 힘을 받기 시작하고 이후부터는 뿌듯한 토크가 나온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을 보면 아반떼와는 급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엔진의 음색은 약간 굵은 편이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45, 75, 120, 165km/h이고, 5단으로 6,000 rpm이 조금 못 미친 시점에서 200km/h가 나온다. 최대 206km/h까지 속도를 냈는데, 회전수나 기어를 생각하면 좀 더 올라갈 여지는 있다. 참고로 급가속 시 1, 2단은 6,000 rpm, 3, 4단은 6,200 rpm에서 자동 변속된다. 가속력은 예상보다 좋았다. 0→195km/까지의 가속 시간은 아반떼AD보다 20초 이상 빠르고, AD 디젤, 쏘나타 1.7 디젤, K5 2.0보다 빠르다. 그러니까 동력 성능은 2.0 자연흡기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정속 주행 연비는 AD 1.6과 비슷하다. 90km/h 정속 주행 시 순간 연비는 리터당 19~23km 사이, 110km/h에서는 15~16km가 찍힌다. 90km/h에서의 순간 연비는 아반떼AD 1.6과 거의 비슷하고, 110km/h에서는 조금 못하다.

회전 성능은 아반떼가 아니라 아반떼 스포츠와 비교하는 게 적당하지만 특성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아반떼 스포츠는 일반적인 운전자가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지만 i30은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다. 빠르게 코너를 진입하면 뒤가 약간 흐르는 듯해서 처음에는 다소 놀란다. 단 익숙해지면 훨씬 재미있게 탈 수 있다. 심지어는 회전 시 뒤가 밀어주는 느낌도 받는다. 전자장비의 개입도 아주 깔끔하다. 아반떼 스포츠의 회전 성능도 인상적이었지만 i30 1.4T는 더 좋다.

하체는 단단한 편에 속한다. 댐핑은 단단한데, 마지막에는 약간의 부드러움도 감추고 있다. i30의 주행 성능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다. 그만큼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운전의 재미를 모두 만족한다. i30 1.4T의 기본 서스펜션은 튜익스의 아반떼 스포츠보다 좋다. 이 정도라면 굳이 튜익스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스티어링은 노면에서 전해지는 피드백이 좋고, 중심 부분의 유격도 적다. 하체 또는 i30의 성격에 맞게 잘 조율했다.

고속 안정성은 현대기아차를 통 털어 가장 좋다. 고속 직진성은 6세대 골프가 생각날 정도로 탁월하다. 6세대 골프 2.0 TDI를 탈 때마다 고속 안정성에 감탄했는데 i30 1.4T는 그에 필적한다. 아주 편하게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세팅이다. 차도 안정적이지만 운전자가 받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높다.

i30 1.4T의 제동력은 대단히 좋다. 최고 수준이다. 그동안의 시승기에서 아반떼AD 브레이크가 좋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보다 뛰어나다. 제동력도 좋지만 고속에서 급제동 시 반응이 빠르고 속도가 줄어들 때까지 일정한 힘이 나온다. 또 이어진 두 번째 브레이킹에서도 거의 동일한 제동력이 발휘된다. 현대기아는 물론 동급에서 비교해도 이보다 좋은 차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급제동 시 밸런스도 훌륭하다.

현대는 신형 i30을 출시하면서 야심찬 마케팅을 펼쳤지만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그래도 신차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판매가 저조하다. 단순히 해치백이라고만 하기에는 아반떼와의 실적 차이가 너무 크다. i30은 분명 뛰어난 상품성을 갖고 있고, 잘 만든 해치백이다. 하지만 i30 입장에서는 같은 급에 아반떼라는 좋은 차가 있는 게 문제다. 거기다 AD는 가성비 좋은 밸류 플러스 트림 또는 아반떼 스포츠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i30으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i30은 아반떼 스포츠처럼 기본형에 튜익스만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한상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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