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체면보다 실리라면..중한차 켄보600

입력 2017. 1. 31. 11:59 수정 2017. 1. 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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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보600은 공식 수입사가 최초로 국내 시장에 선보인 중국산 SUV다. 픽업트럭 등 일부 차종이 병행 수입 형태로 내수 시장의 문을 두드린 사례는 있지만 공식 경로를 통해 중국산 승용 제품이 한국에 소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한자동차는 지난해 중국 북기은상의 소형 상용차를 들여오며 '메이드 인 차이나' 자동차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상용차와 승용차는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이 국내 시장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반신반의다. 결국 제품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고, 그래서 켄보600을 직접 체험해봤다.


 ▲디자인&상품성
 크기는 길이 4,695㎜, 너비 1,840㎜, 높이 1,685㎜, 휠베이스 2,700㎜다. 무게는 1,620㎏이이어서 단순한 크기로 분류하면 국내에선 중형 SUV 수준이다. 현대차 투싼과 비교하면 길이는 220㎜, 휠베이스는 30㎜ 길다.

 외형은 수치 이상으로 커 보인다. 중국차라고 딱히 어색한 느낌도 없다. 도로 위에서나 주차 공간에서도 자연스레 주변에 녹아든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최근 SUV 디자인 기조를 충실히 따랐다. 딱히 두드러지진 않지만 촌스럽다는 느낌도 없다.




 전면 인상이 묘하다. 큼직한 헤드램프와 라디레이터 그릴은 X자 형태의 크롬 라인을 경계로 삼았다. 최근 렉서스의 패밀리룩이 연상된다. 측면에선 하단 투톤 마감이 눈에 띈다. 안정적인 자세를 강조하면서 미관상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생채기 나기 쉬운 곳을 따로 마감하는 방식은 다른 SUV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휠은 17인치, 타이어는 금호 제품을 장착했다. 규격은 225/65R 17이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 럭셔리로 마감재와 편의품목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을 받았다. 투톤 가죽 시트를 비롯해 아틀란 내비게이션, 앞좌석 전동시트와 히팅시트,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 센터페시아 우드 트림, 후방 카메라, 블루투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을 대거 탑재했다. 손에 닿는 질감이나 작동 방식도 부드럽다.


 널찍한 실내공간도 강점이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중국 시장에서도 차를 선택하는 조건 중 하나로 넓은 실내를 꼽는다. 뒷좌석은 성인 세 명이 타도 충분할 정도다. 트렁크 용량은 1,063ℓ,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2,738ℓ까지 적재용량이 늘어난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켄보600을 팔아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장사 하는 사람이 남는 게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라지만, 이들의 설명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정도로 가격 대비 상품 구성이 충실하다. 또 중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없앨 정도의 꼼꼼함도 눈에 띈다. 보닛 아래 흡음재나 도어 안쪽의 마감 상태, 주간에 방향 지시등을 켜면 완전히 꺼지는 주간주행등 등이 대표적이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4기통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무단변속기(CVT)의 조합이다. 제원표 성능은 최고 147마력, 최대 21.9㎏·m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9.7㎞를 인증 받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가솔린 엔진이 주를 이룬다. 이 시장에서 아직까지 디젤은 일부 대형 SUV나 상용차의 영역이다. 중형 SUV를 표방하는 켄보600 역시 원가 측면에서 유리한 가솔린 엔진을 선택하고,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춰 저배기량 터보를 탑재했다. 변속기는 네덜란드 상용차제조사 DAF 자회사인 펀치파워트레인 제품을 사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시동을 걸고 아이들링 반응을 살폈다. 추운 날씨를 감안해도 반응이 심상찮다. 가솔린임에도 디젤차 같은 진동이 전달됐다. 주행 중에도 엔진소음과 진동이 요란했다. 헐렁한 기어노브 역시 탐탁찮았다. 중국산 자동차의 현실이다.


 그러나 달리기 성능은 선입견을 깰 만큼 준수했다. 출발 가속은 CVT 변속기의 특성 상 경쾌하지 않지만 일단 움직이면 이후 속도를 붙여나가는 실력이 야무지다. 스트레스 없이 쭉 달려 나갈 수 있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제한 속도 이상 구간에서도 힘이 부족한 느낌은 별로 없다. 4,000rpm 이상 고회전도 적극 사용한다. 요란한 엔진소리가 오히려 달리는 맛을 더했다. 어느 정도 가속이 된 후 살살 달래주면 2,000rpm 대에서도 시속 110㎞ 이상을 유지했다.


 하체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다소 과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움직였는데 꽤나 잘 따라온다. 차고가 높아 출렁거림은 어느 정도 있지만 코너링에서 불안감은 적었다. 반면 브레이크는 아쉽다. 훅훅 밀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제동감이 명민하지 못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여유를 갖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했다.

 ▲총평
 자동차를 구매할 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차종부터 색상, 편의품목까지 내 취향대로 결정해도 주변에서 '왜 그런 차를...'이란 반응을 접하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자동차 구매 시 소비자는 나의 선택에 주변인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켄보600은 한국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접한 중국한 자동차의 첫 인상을 좌우할 지도 모른다. 중요한 첫 대면식에 켄보600은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왔다. 디자인과 상품성 모두 매력적이다. 그러나 주행 성능이나 소음 차단 등에선 분명히 한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켄보600을 구매하기로 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당당히 할 말이 많단 점이다.

 전반적으로 일상 생활에서 이용하기에 부족함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평가는 결국 가격대비 만족도로 귀결된다. 이번 시승은 가능한 많은 사람과 동승하며 의견을 물으려 노력했다. 사람마다 만족도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동승인들의 여론은 '탈 만하다'로 귀결됐다. 초기 시장 반응은 성공적이다. 출시 직후 초도 물량 120대 중 60대가 계약됐다고 회사는 전했다. 가격은 모던 1,999만원, 럭셔리 2,099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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